“브랜딩은 과정에서 무언가가 보여지는 게 많지만, 결과적으론 사람들이 우리가 의도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단계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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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찬(사진) 대신증권(003540) 브랜드전략실 이사는 작년부터 활황인 주식 유튜브에 조금 늦게 뛰어들었다. 뉴욕 프랫 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KUO 디자인, O 디자인 등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현대카드의 첫 정규직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카드사를 문화로 인식하는 DNA를 남겼다. 브랜딩 베테랑이 만드는 유튜브는 은근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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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이사는 증권사 중 유일하게 사내 브랜딩전략실을 두고 있는 대신증권으로 자리를 옮겨서는 에코백과 지갑을 만들었다. 이종교배로 설명될 수 있을듯하지만, 브랜딩 관점에선 아니다. 다른 두 개가 아닌 애초 한 맥락이어서다.
김 이사는 “브랜드는 사실 절대 단기 투자해선 안 되는 영역으로, 제일 짧은 주기로 쳐도 10년 이상 걸리는 작업이다”라며 “컨셉을 단단하게 만든 뒤에 이것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이미지로 남기는 작업은, 작은 것들을 오랜 기간 쌓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와 지갑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브랜딩 관점에선 그렇지 않다”며 “사회생활 전까지 금융을 학습한 적이 없는 한국에 금융은 인간의 생사에서 늘 함께 하고 있다는 일상성을 부여한다는 컨셉이며 이는 대신증권과도 통해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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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 잡는 얘기로만 그친다면 이미지는 확산되지 않는다. 김 이사가 강조했던 점 중 하나도 브랜딩의 목적이 형용사가 돼서는 안 된단 것이다. 김 이사는 이미지를 다루는 브랜딩 전략가이기도 하지만 유능한 디자이너기도 하다. 8000원짜리 플라스틱 사원증을 참아내기 어려웠던 뉴욕 출신 디자이너는 작아서 이름이 잘 보이지 않은 명찰을 만들었다. RFID(전자태그) 사원증을 출입구에 찍어야 하기 때문에 목걸이로 걸어야 하지만, 사람들은 진짜 자기의 모습보단 어플로 찍은 사진을 더 좋아한단 점에 착안해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 가능한 가장 작게 만들 수 있는 크기의 RFID에 맞춰 흑백의 사진을 박고, 그 사진도 뒤로 숨길 수 있게 클립 형태의 목걸이로 만들었다. 목에 걸어도 사진을 가릴 수 있도록 옷에 명찰을 찝어 고정하기 위해서다. 흑백의 눈에 띄지 않은 이 작은 사원증은 대신증권이 추구하는 유난스럽지 않고 건강과도 맞닿아 있다. 뜬구름이 땅바닥으로 끄집어 내려져 디테일이 되는, 브랜딩 작업의 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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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리뉴얼한 유튜브 채널 대신TV도 대신증권의 건강한 투자와 김 이사의 디테일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대신증권은 구독자를 대상으로 아이패드 프로, 다이슨 슈퍼소닉, 에어팟 프로 등 총 2045만원 상당의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다음 달 22일까지 진행한다. 구독자 유치가 목적이 아닌 ‘그동안 차려놓은 밥상을 보러 오시라’는 홍보 차원의 것이다.
김 이사는 “학교에서 금융을 배우지 않은 우리는 아무런 투자 지식도 없이 주식을 사는 투기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동학개미로 설명되는 작년과 같은 활황과 수익률이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하는 현 시점에서 오히려 건강한 배움이 더 빛날 시기이기 때문에 대신TV는 더욱 여기에 맞춰져 있다”라고 말했다.
레거시 미디어(전통 매체)의 정반대 편에 선 불특정다수 개인의 유튜브란 매체에 맞게, 증권 기업 색깔을 지우고 친근한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이야기란 테마에 집중했다. ‘다 됐고 빨리 종목 추천이나 해달라’는 개인 투자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최대한 쉽고 재밌게 배우는 방법을 도입했다. 종목 추천을 받더라도 최소한의 것은 알고 넘어가야 한다는 식이다. 주유소(주식을 유튜브로 소개합니다), 종목탐구생활, 투자탐구생활, 증댕친(증권사 댕기는 친구) 등 코너들도 모두 이러한 고민에서 나왔다. 특히 가장 최근에 시작한 증댕친은 술집에서 친구가 내게 직접 특정 종목에 대해 알려주는 1인칭 시점 형식의 코너다. 모든 코너는 앞서 금융의 일상성이란 대목과 연관된다. 김 이사가 만든 대신증권 지갑과 같은 지점인 셈이다.
지난 6월 KTWiz 소속 강백호, 배제성 프로야구 선수를 종목탐구생활 KT(030200) 지주사편에 출연시키고, 투자탐구생활에 김경일 아주대 인지심리학자 교수가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종교배가 아닌 금융은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한 맥락이다. 구독자, 조회수보다 더 중요한 성과도 나고 있다. 대신TV 영상을 블로그와 SNS에서 학습 자료 용도로 퍼 나르는 것과 진성 구독자수(영상당 채널 구독자의 조회 비중)가 높은 수준이라는 게 내부 조사로 나타나고 있다. 건강한 투자 이미지를 퍼뜨린다는 브랜딩 관점에서 볼 때 긍정적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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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구독, 좋아요를 아예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다. 김 이사는 썸네일에 대한 클릭률과 조회수, 시청시간 그래프 등 내부 통계를 매일 뽑아 품에 갖고 다니며 챙겨본다. 그의 휴대폰엔 ‘대화체, 구어체는 명조, 정보, 숫자, 영어는 고딕, 블랙 글씨에 블랙 그림자 처리 금지’ 등 구체적인 수정 작업과 관련된 메모가 빽빽하다. 좀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컨텐츠를 날카롭게 벼리는 것이다.
“그래도 올해 구독자 10만명은 나와야 하지 않겠냐”면서 멋쩍게 웃는 김 이사는 벌써 코로나 이후를 생각 중이다. 자연을 이길 수 있는 디자인은 없다는 철학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그는 오프라인과 아날로그가 주는 힘을 믿는다. 실제 도서관, 카페, 로비, 강당, 회의실 등 복합 기능을 한꺼번에 집어넣은 대신증권 사옥 5층 공간을 기획할 때도 가장 중요시한 게 ‘이길 수 없는’ 길 건너편 명동성당과 남산이다. 5층 공간을 두 개 층을 터 개방감을 주고 통창을 낸 이유다. 참고로 증권사 회의실과 강당을 개방시킨 건 금융의 일상화와 또다시 연결된다.
그는 “예를 들어 우리 건물 5층 한복판에 서서 그 공간을 느끼는 경험은 스마트폰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일 뿐 아니라 실제 공간은 이미지를 남기는 데 무엇보다 강력함이 있다”며 “코로나 이후에 대신증권 공연이 될 수도, 팝업 스토어가 될 수도 있는, 밖에서 하는 브랜딩을 보다 많이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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