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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따른 한일 간 무역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소니와 샤프, 발뮤다부터 니콘과 캐논 등 일본 전자 업체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이뤄지면서 해당 기업의 제품 판매량이 급감하는 상황이다. 소니 등 일부 업체는 신제품 발표회를 취소하는 등 눈치보기에 나섰다. 여기에 일각에서 우리 정부가 일본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패널 수출을 규제하는 등 맞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에 진출한 일본 가전 업체의 상황이 점점 악화하는 분위기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 목록’이라는 리스트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 목록에는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산요 △JVC △샤프 △발뮤다 △히타치 △니콘 △캐논 △올림푸스 △후지 △야마하 등 가전부터 카메라와 악기에 이르는 대표적인 일본 전자 업체들이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이달 초부터 본격화한 불매운동에 따라 일본 가전 업체의 국내 시장 판매량이 약 2주 사이 10~15%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전자 업체의 제품 판매 경로는 온라인이 상당 부분 차지하는데 이번 불매운동이 온라인상을 중심으로 벌어지면서 판매량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에는 판매량 감소가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온라인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는 7월 첫째주(7월 1일~7월 6일) 디지털카메라 판매량이 6월 마지막주(6월 24~30일) 대비 약 9% 줄어든 것으로 집계했다. 국내 카메라 시장에서 일본 업체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성수기로 꼽히는 7월 판매량이 이례적으로 줄어든 것은 불매운동의 여파로 풀이할 수 있다.
일본 전자 업체들은 “아직 제품 판매량에는 큰 영향이 없다”거나 “구체적인 판매량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일부 업체는 당초 예정됐던 신제품 출시회를 미루거나 취소하는 등 사실상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간 상황이다.
앞서 소니코리아는 지난 11일 무선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신제품을 소개하기 위한 기자간담회를 계획하고 기자들에게 공지했으나 행사를 불과 사흘 앞두고 ‘내부 사정’을 이유로 취소했다. 이후 소니는 제품 출시를 알리는 간단한 보도자료만 배포하는 등 제품 홍보 활동을 최소화했다.
뫼비우스와 카멜, 세븐스타 등을 생산하는 일본계 담배회사 JTI코리아도 지난 1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지만 돌연 행사 연기를 통보했다.
여기에 우리 정부가 일본에 OLED 패널 수출 등을 규제해 맞대응할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소니와 파나소닉 등 TV 사업을 진행 중인 일본 전자 업체의 고민은 더 커졌다. 이들 업체는 LG디스플레이(034220)로부터 OLED 패널을 전량 공급받고 있다. 때문에 OLED 수출 규제가 현실화하면 사실상 OLED TV 사업을 접어야 한다.
이같은 우려에 앞서 소니는 이달 초 자국 정부의 수출 규제 발표 직후 LG디스플레이에 OLED 패널 공급 차질 가능성 등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국내 전자 업계를 타깃으로 이뤄진 만큼 불매운동도 일본 전자 업체를 대상으로 더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며 “맞대응을 고심 중인 우리 정부 역시 전자 산업의 수출 규제 카드 등을 최우선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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