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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엔 ‘일부’가 美엔 ‘전부’?.…너무 다른 셈법 어떻게 맞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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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은 기자I 2019.03.03 17:02:37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빈 손'은 아니었다
비핵화-상응조치 간 양측 입장 분명히 드러나
한미, 북핵 문제 해결 위한 긴밀한 공조 강조
북미간 실무 협상도 이른 시일 내 재개 전망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북한과 미국의 ‘셈법’은 전혀 달랐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표현을 빌린 것이다. 이는 정상회담 개최에까지 합의했으나 회담 직전까지 양측 정상이 결정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었던 이유와 비핵화-상응조치간 협상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노딜’(no deal) 정상회담이라고 표현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남긴 확실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기대를 모았던 만큼 결렬에 대한 실망과 충격도 컸던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북미간 협상 과정에서 필요한 경험이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소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과정이기도 했다”며 “지금까지 폼페이오-김영철 라인에서도 실질적인 협상이 많이 진행이 돼 왔지만 최고 지도자가 부딪혀서 문제가 뭔지를 정확히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본다. 이번 협상 내용과 북미간 부딪혔던 문제들을 가지고 그 바탕 위에서 다시 협상을 진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미 정상니 8개월여만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번째 만남을 가졌으나 공동선언문 도출에 실패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영변·제재완화에 대한 북미간 입장차 명확히 드러나

정상회담 직후부터 북미간에는 핵심 의제인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북미 정상간 정상회담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어떤 지점에서 협상에서 결렬이 됐는지를 추측할 수 있다.

우선 대북 제재 완화 조치에 대한 부분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상회담 결렬의 주요 원인으로 북한측이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다음날(3월1일) 새벽 돌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였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중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을 지목했다.

얼핏 보면 서로 상반되는 것 같지만 내용을 보면 같은 이야기다. 2016~2017년은 북한의 4~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가 집중적으로 진행됐던 기간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같은 고강도 도발에 비례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북한이 핵 개발을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도록 북한으로 들어가는 ‘돈 줄’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산 석탄 철광석 수산물 수출 전면 금지(2371호) △사상 첫 원유 공급 제한과 석유제품 금수, 해외 노동자 신규 허가 금지 조치(2375호) △북한산 식품·농산물·전기장치의 수출 금지(2397호) 등이다.

북한의 주요 해외 수출과 ‘생명줄’로 표현되는 원유 공급을 제한하는 제재 결의들을 북한은 수많은 제재 결의 중 ‘일부’라고 표현했으나 미국은 사실상 ‘전부’라며 응수하고 있는 것이다.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도 그렇다. 북한은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의 부상을 통해 자신들이 ‘전례 없는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이고 완전한 폐기’를 카드로 들고 나왔음을 밝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영변+α’(알파)를 원했다고 분명히 했다. 북한에는 영변이 현 신뢰수준에서 미국에 줄 수 있는 모든 것이었던 반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영변은 기본이고 추가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만 했다는 의미다. 미국측은 북한의 미공개 핵시설을 언급하며 북한이 영변 폐기는 물론 농축 우라늄과 기타 시설 해체, 포괄적인 핵신고 등의 추가 조치를 내놔야 제재 완화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일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 일정을 마치고 동당역을 통해 베트남을 떠났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하노이 시내 호찌민 묘를 참배하면서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트럼프, ‘통 큰’ 결단으로 난국 타개할까

북미가 서로간의 입장 차이를 명확히 확인한 만큼, 이제부터는 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포기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다시 가늠하면서 협상을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도 중요하다. 이미 한미는 이번주 북핵 수석대표간 실무협의를 재개하기로 했으며, 외교장관 및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에 공감대를 갖고 추진할 예정이다.

북미간 후속 협의도 이른 시일 내에 재개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대해서도 양측 당국자의 ‘말’은 다르지만 결국 가리키는 방향은 같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외교장관, 실무급 등을 통해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반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일 하노이 현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런 회담을 계속해야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 부상 발언의 방점은 ‘이런 회담’에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공개 발언이라는 것이다. 북한 당국자가 언론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최 부상을 통해 김 위원장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미국측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나 미국이나 협상 자체도 그렇지만 국내 정치적인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시간이 별로 없다”며 “시간을 끈다고 해결 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라고 했다. 임 교수는 “결국 북한이 영변 외 지역에 대한 신고, 폐기 카드를 내놓고 미국의 제재 완화를 받아낼 것”이라며 “다만 향후 북미 협상이 미국 내 정치적 상황과도 밀접하게 연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입지가 좁아지면 북미간 협상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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