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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내가 연극을 한다고 하니 ‘명계남이 정치에서 밀려나서 연극을 하나보다’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명배우’로 기억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배우 명계남(65)이 자신을 정치인으로 바라보는 세간의 이미지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23일 서울 종로구 명륜3가 30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연극 ‘노숙의 시’ 리허설 및 기자간담회에서 명계남은 “좋아하는 정치인을 지지하고 정당원으로 활동하기는 했지만 공직선거에 나가는 것처럼 정치에 깊이 관여할 생각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람들이 내가 정치에 참여하다 연극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인생의 어떤 ‘턴’을 찍고 왔다고 보는 것 같다”면서 “술자리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고 촛불광장에 나오는 것도 모두 다 ‘정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턴’을 찍고 연극 무대에 돌아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명계남은 “배우는 택시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다음 작품을 만날 때까지 지성을 살찌우고 감정의 폭을 넓혀야 한다”면서 “45년 가까이 연기를 했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크다. 앞으로도 연희단거리패와 함께 연기를 배우고 싶다. 연기를 배우는 것이 신난다”고 말했다.
‘노숙의 시’는 명계남이 지난해 연극 ‘황혼’에 이어 연희단거리패와 두 번째로 함께하는 작품이다. 연출가 이윤택이 미국 작가 에드워드 올비의 ‘동물원 이야기’를 한국 현대사에 대한 이야기로 새로 쓰고 연출한다.
이윤택 연출은 “명계남이 출연한 ‘콘트라베이스’를 본 뒤 꼭 같이 작업을 하고 싶었다”면서 “지난해에는 나와 명계남 모두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서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 정치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것 같아 온건한 성격의 ‘황혼’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으니 명계남에게 함께 작품을 해보자고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1976년 동백림 사건, 1980년 광주항쟁, 1987년 6·29선언, 2016년 촛불광장까지 한국의 근대사를 몸소 겪은 60대의 무명씨(명계남 분)가 40대의 김씨(오동식 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명계남은 “1973년 대학 1학년 때 연극반에서 처음 한 작품이 ‘동물원 이야기’였다”면서 “마치 처음 연극을 하는 기분으로 이번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출은 ‘노숙의 시’를 “현실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직접 연극’이자 ‘시민극’”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작품은 이 연출과 배우 명계남·오동식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국사회에 대한 직언을 쏟아내는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이 연출은 “연극이 세상에 말을 거는 담론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연출과 명계남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같이 작업할 계획이다. 이 연출은 “크리스토퍼 말로가 쓴 ‘파우스트 박사의 선택’과 오페라 ‘꽃을 바치는 시간’을 명계남과 함께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계남은 “이 연출과 함께 정극 스타일의 연기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숙의 시’는 오는 9월 17일까지 30스튜디오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