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가 중축을 이루는 항공산업은 높은 기술력과 많은 초기투자가 필요해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과 같았다. 이런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대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해 살아남은 강소기업이 있다. 항공 부품 전문기업 샘코가 주인공이다.
최근 경남 사천에 위치한 샘코 본사에서 만난 이창우 샘코 대표이사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한항공(KAL)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항공부품업체”라고 샘코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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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코는 매년 매출액의 5% 정도를 R&D(연구개발)에 투자하면서 관련 기술력을 쌓아 왔다. 현재 관련 기술로 8건의 특허와 1건의 국제 설계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자체 개발한 도어 안전시스템 ‘EPAS’ 제작에 성공했다. EPAS는 충전된 가스를 이용해 비상상황 시 문을 개폐하고 구명선을 지원하는 안전시스템이다.
샘코는 현재 EPAS를 러시아 제1의 항공업체 수호이(Sukhoi)의 항공기에 적용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국내 안전성 검증은 모두 끝났으며 마지막으로 항공기 적용 테스트만을 남겨둔 상태다.
이 대표는 “올해 말이면 테스트가 끝나 내년 초부터 수호이 모든 기체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적용이 된다면 연간 약 180만달러(약 20억7300만원)의 매출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샘코는 수호이에 안전시스템을 적용한 후 다른 항공사 도어 안전시스템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샘코의 경쟁력은 바로 ‘저렴한 가격’이라고 말한다. 그는 “대기업에 뒤지지 않는 기술력과 절반에 불과한 가격이 샘코가 굴지의 대기업을 상대할 수 있게 한 경쟁력”이라며 “인건비와 시설비를 줄여 원가를 낮출 수 있었다. 중소기업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샘코가 항상 잘 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샘코는 2013년 부품조립에서 가공·판금까지 일괄생산체제를 구축하면서 160억원의 시설자금을 금융기관에서 빌려 투자했다. 이에 부채비율은 501%까지 늘어나게 됐고 아직 투자할 금액이 필요한 샘코는 신용도 하락으로 외부 자금 유입이 어려워졌다.
위기에 처한 샘코를 살린 것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이었다. 중진공은 규제 상 일반적인 지원방법을 동원하지 못하자 지분 투자 방식으로 7억원을 샘코에 지원했다. 그 결과 샘코는 항공기부품 조립뿐 아니라 가공·판금 능력도 갖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계속해서 세계 시장 확대를 위해 항공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에어버스헬리콥터와 1억7000만달러 규모 에어버스330 화물용 도어 납품을 추진중이다. 중국 코맥(COMAC)과 러시아 UAC가 합작 개발한 C929의 화물용 도어·탑승용 도어 납품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항공 관련 산업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전망했다. 그는 “화물운송물량의 증가와 항공기 교체주기 단축으로 매년 1500대의 항공기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며 “연평균 5%의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2030년까지 약 3만대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항공 부품산업도 동반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성장하는 항공 관련 산업에 힘입어 이 대표는 항공기 인테리어와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지질조사 등에 사용될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1시간40분 비행에 성공하면서 지금까지 드론이 가지고 있던 배터리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했다”며 “가격은 1500만원이며, 지질공사에 300대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에는 항공기 관련 인테리어가 크게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테리어 분야만큼은 우리가 선점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한다”며 “도어시스템, 복합제 생산능력도 갖춰 종합 항공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해 2020년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비전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