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설리 기자]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의 총공세에도 기름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2일 서울지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2028.44원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 왜 오르나
국제 휘발유 제품 가격 강세와 정유사들의 공급가격 환원이 맞물리면서 휘발유 가격을 밀어올렸다.
국내 휘발유 제품 가격에 1~2주 시차를 두고 연동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국제 휘발유 제품 주간 평균가격은 최근 지속적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6월 다섯째주 배럴당 114.74달러였던 국제 제품 주간 평균가격은 7월들어 내내 120달러대에 머물렀다. 넷째주에는 124.87달러까지 상승했다.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가격은 2주 연속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석유공사의 집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7월 둘째주 공급가격을 전주대비 ℓ당 44.8원 올린데 이어 셋째주에도 20.2원 인상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최근 서울지역 휘발유 가격이 유독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주유소 운영비, 인건비, 임대료 등이 높은 서울의 휘발유 가격이 전통적으로 타 지역보다 비싼 편이지만 최근에는 일부 주유소들이 가격을 선반영하면서 판매가격이 더욱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 얼마나 더 오를까
서울 휘발유 가격은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유사들의 공급가격 환원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데다 최근 2주간 국제 유가가 보합세를 보이기 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정유사측에서 공급가격 환원이 어느정도 진행됐지는 밝히고 있지 않지만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서울 휘발유 가격이 가파른 추가 상승세를 나타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 유가는 미국·유럽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 전망 등 하락 요인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물량 동결,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유 추가 방출 철회, 달러 약세 등 상승 요인이 혼재하면서 최근 2주간 보합세에 머물고 있다.
다만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좀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서울 휘발유 가격은 물량 소진, 가격 반영 속도 등이 빨라 선행한다"며 "서울 휘발유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전국 휘발유 가격도 따라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 파장 및 대책은
식료품 가격 등 물가가 널뛰는 가운데 휘발유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가계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유류세 인하 대신 대안 주유소 카드를 꺼냈다. 대안 주유소란 석유공사 등 대형 공기업이 국제 시장에서 대량으로 사온 석유제품을 공익단체와 공공기관이 직접 판매하는 형태의 주유소.
정유 및 주유소 업계는 대안 주유소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제 시장에서 직접 기름을 사와도 현재 도매가격과는 큰 차이가 없고, 이미 전국에 적정 주유소 수(8000~8500개)를 초과한 1만3000여개의 주유소가 있는 상황에서 주유소를 더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