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해당국에 대한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검토 소식에 점차 높아지고 있다.
대상으로 지목된 국가들은 재정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시장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애쓰는 모습이다.
스페인은 최근 우려의 중심에 서 있다. 무디스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스페인을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힌 뒤 닷새 만인 20일 스페인 30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 역시 스페인 은행권 부실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저축은행들의 대표기구인 저축은행연합(CECA)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렸다.
높아진 시장의 불안감은 지난 21일에 있었던 스페인의 올해 마지막 국채 발행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발행된 3개월물 수익률은 1.804%로 지난달 23일에 있었던 국채 발행 당시의 1.743%보다 높아졌으며 6월물 수익률 역시 2.111%에서 2.597%로 상승했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등 재정불량국으로 이미 낙인찍힌 국가는 물론 유럽 경제대국인 프랑스마저도 재정위기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고 있다.
올랜도 그린 크레디아그리콜 애널리스트는 "현재 나타나는 상황들은 합당하다"며 "스페인을 비롯해 포르투갈, 이탈리아는 내년에 재정 문제에 대한 (시장의) 시험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당사국들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기에 여념이 없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페인 재무부 발표를 인용, 지방정부의 재정적자 규모가 당초 전망에 부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스페인 17개 지방정부의 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은 1.25% 수준으로 목표치인 2.4%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은 "스페인은 내년에 어떠한 재정적 문제에도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신용등급 강등설에 시달리는 프랑스는 국채시장의 안정성을 들어 자국 재정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진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프랑스 재무부 산하 국채관리청(AFT)은 올해 프랑스 국채 평균 수익률이 2.53%로 지난해의 2.95%보다 오히려 낮아졌다며 강한 수요와 낮은 자금 조달 비용을 통해 유로존 재정 위기 속에서도 프랑스는 국채 시장에서 이익을 봤다고 설명했다.
필립 밀스 AFT 청장은 최근 투자자들이 프랑스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비용 증가에 대해 초점을 과도하게 맞추고 있지만 CDS는 프랑스 국채 시장 상황을 나타내기에는 너무 작은 시장이라며 최근 불거지는 프랑스 재정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