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효석 기자] 서울·경기지역에 종합유선방송사(SO) 15개를 소유한 수도권 최대 규모의 복수종합유선방송사(MSO) 씨앤앰이 GS계열의 SO 2개를 인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씨앤앰의 대주주인 국민유선방송투자는 사모펀드 성격의 투자사들이 만든 법인이다. 사모펀드의 일반적 성격상 단기간내 씨앤앰 보유지분을 팔아 수익을 내야 하지만, 오히려 SO를 추가 인수하는 강수를 내보였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대형화 추세로 접어든 MSO 업계 움직임에 씨앤앰도 편승해야 나중에 제 값을 받고 팔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래의 잠재적 구매자 입장에서 볼 때도 값이 비싸더라도 덩치가 커 경쟁력 있는 MSO를 사는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즉, 씨앤앰 입장에서는 미래의 지분매각 계획을 고려하더라도 현재 덩치를 키워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다.
◇씨앤앰, 케이블업체 M&A 경쟁에 가세
최근 케이블TV 업계에선 인수합병(M&A) 움직임이 한창이다.
티브로드가 지난해 큐릭스를 인수하면서 SO 21개(권역기준 SO수)로 업계 1위 자리에 올라섰으며, 올해는 CJ오쇼핑이 4개 SO를 보유한 온미디어를 인수하면서 같은 CJ그룹 계열의 CJ헬로비전이 SO 18개로 경쟁에 가세했다.
씨앤앰도 이번에 GS강남방송과 GS울산방송을 총 3930억원에 인수하면서, SO 계열사를 17개로 늘렸다.
이처럼 케이블업계의 M&A가 활발한 것은 최근 스마트TV 비즈니스가 태생하고 있는데다 IPTV·위성방송 등 방송시장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케이블TV도 규모의 경쟁을 갖춰야 생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케이블TV시장의 규제완화 추세와 최근 SO의 M&A 가치하락이 맞물려 대형화가 용이해졌다는 판단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08년 SO 시장점유율 규제를 방송권역(77개)의 5분의1에서 전체매출의 33%로 완화했다. 이는 MSO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다. 실제로 케이블TV 업계에서는 장차 권역별 MSO 업체 4∼5개만이 존재하고, 나머지는 M&A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저평가때 사고 고평가때 팔자
씨앤앰은 GS강남방송을 약 2530억원에, GS울산방송을 약 1400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05년 GS홈쇼핑이 강남케이블TV를 인수했을 때의 가격 2200억원과 단순비교하면 조금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2005년 당시 강남케이블TV 가입자 수는 13만가구인데 반해 2010년 현재 GS강남방송 가입자 수는 21만가구로 증가했다.
단순하게 평가해 가입자당 매입액을 따지면 2005년에는 약 167만원, 올해는 약 120만원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2005년 대비 올해까지 이뤄진 디지털전환율을 감안하면 씨앤앰 싸게 사온 셈이다. 물론 M&A시에는 가입자수를 비롯 가입자당 매출액(ARPU), 경영권 프리미엄, 디지털전환을 위한 투자비율 등 조금더 복잡한 항목들을 감안하게 된다.
이처럼 씨앤앰이 GS계열 SO 2개사를 노린 것은 GS강남방송에 대한 메리트가 크기 때문이다. 씨앤앰은 주로 서울·수도권 권역을 확보한 SO를 갖고 있다. 특히 서울에선 서초구와 송파구를 갖고 있어서 강남구까지 사업영역으로 확보할 경우 `강남벨트`를 구성,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GS강남방송은 지역 특성상 ARPU도 높아, 수익에도 도움이 된다. 일종의 `알짜배기`인 셈.
◇투자펀드 성격 대주주, 추가매입 왜?
씨앤앰의 대주주는 지분율 93.81%의 국민유선방송투자(KCI)다.
KCI는 국민유선방송투자1호사모투자전문회사(25.13%), MBK파트너스사모투자전문회사(24.91%),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사모투자전문회사(24.91%)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투자목적회사다. 즉, 사모투자펀드가 일정기간 수익률을 기대하고 출자한 회사다.
사모투자펀드의 투자성향은 매매차익을 거두고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KCI는 지난 2008년 기존 대주주였던 이민주씨 등으로부터 지분 61.17%를 1조4500억원에 매입했으며, 그에 앞서 2대주주였던 골드만삭스로부터 지분 30.48%를 6250억원에 인수했다. 총 2조750억원에 인수한 셈이다.
당시 씨앤앰의 가입자수는 208만가구. 인수금액과 인수지분율 등을 종합해 볼 때, 씨앤앰의 가입자수 당 인수금액은 대략 120만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SO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KCI는 투자했던 원금을 회수하는 것 조차 힘겨운 상황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KCI가 단기간의 투자원금 회수를 보류한 채 추가 M&A를 통해 미래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세운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최근 케이블TV 업계 M&A 움직임에 편승해 몸집을 키운 뒤, 좀더 매력적인 가격에 지분을 매각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케이블TV시장은 전국을 4개 정도의 MSO가 커버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분위기"라면서 "이렇게 되면 MSO를 중심으로 한 M&A는 좀더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통신사가 케이블TV를 인수해 플랫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면서 "케이블TV 시장에서의 M&A는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