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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의 아뜰리에)"중전..그 입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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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기자I 2008.11.27 15:20:16
[이데일리 김병수기자] 언제였는지 기억도 아득한, 한 TV 대하사극에서 유행한 말이다.

`그 입 다물라`는 것이다.

요즘,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경제가 어려우니 우리 대통령의 말씀도 참 구체적이고 직설적이다.

대통령이 뭐라고 한마디 하면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이리 부풀리고 저리 부풀려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나라의 최고 어른인데….

결국 정부 고위 당국자의 입에서 `한국은행을 통한 은행 자본확충`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이 말을 조금 틀어서 얘기하면, `은행 공적자금 투입`이다. 현행 법 테두리에서 쓰여지는 용어와는 조금 다르지만, 내용이 그렇다는 얘기다.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공적자금을 투입해 자국 은행을 살리는 판국이고, 미국이 기침하면 우린 감기 걸린다는, 조금은 애처로운 우리 경제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당국자의 입은 무거워야 한다.

최고 어른의 말이 가벼우면 아랫 것들이 움직일 공간이 좁아진다. 그러면 `시스템`이 무너진다.

어느 때보다 시스템이 중요한 시기고, 시스템은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제정책의 리더십이 없다는 말이 많다. 대체로 그렇게들 이해된다.

이데일리에서 진행하고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사퇴여부에 대한 폴(poll)에선 무려 84%가 사퇴해야 한다고 표를 던졌다.

지난 16일부터 진행된 이 폴에는 이 시각 현재 2312명이 참여했다.

신뢰가 무너지니 누가 뭐라고 해도 리더십이 발휘될 리가 없다.

행정부 수반의 입은 그래서 더욱 무거워야 한다. 나라 어른의 권위와 리더십에도 영향을 주는 사안이지만, 그래야 장관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고,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다.

최근엔 행정부 수반이 행정부와의 의견과는 조금씩 뭔가 차이가 나고, 국회와의 교감이 더 많은 듯한 인상을 풍기는 것은 더더욱 모양새가 사납다.

주인에게서 버림받은 느낌을 받을 때 공무원 조직은 무너지고 행정시스템은 붕괴된다.

기업 하나, 행정도시 하나 경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국가경영을, 무슨 원맨쇼 하듯 한다면, 이 나라는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일까.

건설회사가 서너개, 아니 십여개 넘어지고, 설사 은행이 한두개 엎어진다고 한들, 이에 비할 수 있을까.

우리가 처한 문제는 세계적인 `금융문제`라기 보다는 오히려, 이런 시스템의 붕괴일지도 모른다.

이제 나라의 실제 왕인 국민이 말하노니, "중전, 이제 그만 그 입 좀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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