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효석기자] 운전 전 도로교통상황을 살피기 위해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했던 이동준(32)씨. 그는 네이트(NATE) 접속을 통해 수많은 콘텐츠 글귀를 확인한 뒤, 겨우 원하는 서비스를 찾아 이동할 수 있었다.
이처럼 휴대폰에서 인터넷을 쓰기 위해서 어김없이 거쳐야 했던 이동통신사들의 무선인터넷망 '네이트·매직앤·이지아이' 등이 불필요해 지는 시기가 온다.
현재 SK텔레콤(017670)은 인터넷 접속을 위해 네이트, KTF(032390)는 매직앤과 쇼인터넷, LG텔레콤(032640)은 이지아이란 자체 관문을 두고 있다. 이 관문을 거쳐야 무선 인터넷에 접근하도록 만들고, 이런 방식을 이용해 이용자를 귀찮게 하고 또 추가 수익을 챙겨왔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이용자는 이르면 오는 9월부터 네이트를 거치지 않고도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로 바로 이동이 가능해진다.
현재 SK텔레콤 휴대폰 이용자는 9월부터 본인 의사에 따라 외부 포털 등에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해당 포털 주소를 담은 소프트웨어(일명 콜백URL)를 발송받아 해당 포털로 바로가기 아이콘을 설정할 수 있다.
또 내년 7월부터는 새로 나오는 SK텔레콤용 휴대폰의 경우도, 네이트버튼(핫키)를 누르면 최초 화면에 '주소검색창'이 구현되고 이용자는 주소검색창을 통해 포털 홈피로 즉시 이동할 수 있다. 특히 한번 이용한 포털은 이용자가 원하는 경우 최초 화면에 주소검색창 아래 바로가기 아이콘으로 손쉽게 설정할 수 있다. 네이트의 바로가기 아이콘은 이용자가 삭제하거나 순서변경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
SK텔레콤은 지금까지 무선인터넷망 개방에 소극적이었다. 네이트 구축을 위해 투자했던 비용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네이트 구현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가만있던 포털사이트들에게 무임승차 기회를 줄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방통위는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 합병인가 조건중 무선인터넷망 개방을 전제해, 이번에 시행하게 됐다.
LG텔레콤 역시 무선인터넷 서비스 '이지아이'를 통해 상당액의 수익을 올려왔으나 지난달 '오즈(OZ)'를 내 놓으면서 이 부분을 일정수준 포기했다.
오즈는 주소를 입력한 단축 버튼을 누르면 네이버·다음·야후 등 포털과 자신이 원하는 각종 사이트로 바로 접속해 PC처럼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무선인터넷 서비스다. 즉, 오즈 사용자는 이지아이를 거치지 않고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휴대폰에 자신이 원하는 인터넷 사이트 주소를 입력해 초기화면으로 설정해놓으면 버튼 하나로 바로 접속도 가능하다.
KTF도 휴대폰 대기화면에 뜨는 멀티팝업창에 원하는 포털사이트로 바로 접속할 수 있는 아이콘을 만들 예정이다. 또 다음달께 LG텔레콤 오즈와 비슷한 풀 브라우징 서비스용 휴대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KTF 이용자도 신규 휴대폰을 통해 매직앤을 거치지 않고도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이동통신사들은 자체 구축해 놓은 네이트, 매직앤, 이지아이 등을 통해 상당액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면서 "이는 소비자들에게 인터넷 접속에 많은 단계를 거치게 해 불편함을 줬고, 무선인터넷 서비스의 잘 보이는 화면에 콘텐츠를 노출 시켜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SK텔레콤의 무선인터넷망 개방은 하나로텔레콤 합병인가 조건이었던 만큼 자의는 아니지만 이번 조치로 소비자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LG텔레콤의 오즈 서비스도 SK텔레콤이나 KTF 등 선발업체에 자극을 줘 기득권을 버리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