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태선기자] 이태식 외교통상부 차관은 북한이 선(先) 경수로 제공을 주장한 사실과 관련, "6자 회담에서 북한이 경수로를 먼저 해결해야 핵폐기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면 공동성명은 합의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의 핵포기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차관은 20일 국내 중앙일간지 논설위원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참석자에 따르면 이 차관은 "(4차 6자회담 직후 나온)북측의 이 같은 태도는 실망스러운 것이며, 의무가 먼저 이행되고 그 다음 권리가 있다"고 지적하며 북한의 의무이행(先핵포기)을 촉구했다.
이 차관은 또 공동성명 합의 하루만에 `경수로`문제가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 "북측 입장은 자신들이 희망하는 최대치를 얘기한 것"이라며 "참가국들 사이에 컨센서스가 있기 때문에 후속협의에서 무난히 타결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번 2단계 4차 6자회담에서 북측도 한발 물러선 것이라며 회담의 이면을 소개해 눈길을 모았다.
이 차관은 아울러 "북한은 당초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데 동의하지 않았다"며 "핵무기만 폐기하겠다는 주장이었다가 이번 2단계 회담에서 입장을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도 경수로에 대해 `적당한 시점`이라는 전제를 달아 양보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남북관계 진전과 한·미관계가 공고화 한 덕에 (이번 6자 회담이)타결된 것"이라며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7차례 접촉을 하는 등 우리정부도 경수로에 대해 미국 정부를 집중적으로 설득했다"고 말했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면담으로 6자회담이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정동영 장관이 방북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핵 폐기 용의가 있다`는 발언을 듣고 사실상 북한의 의사를 확인하게 된 것"이라며 "한·미 정상간에 북핵 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을 마련한데 더해 김 위원장의 발언이 나오면서 포괄적 해결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풀이했다.
그는 "이번 성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남북경협이 이뤄지고, 북한이 개방을 통해 소프트랜딩하는 기반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한단계 높은 남북협력과 북한의 개방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이번 미국의 신축적인 태도 뒤에는 한·미간의 긴밀한 협의가 있었으며 앞으로 보다 긴밀한 동맹관계가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차관은 "오는 11월 후속협상은 액션프로그램을 마련하는 회담이 될 것이며, 정부도 조속히 후속이행협정을 체결해 구체적인 사항들이 실현돼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보기에 따라서 공동성명의 한두군데가 불분명해 보이지만, 이번 성명은 어디까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이정표라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