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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런'에도 비은행 끄떡없어…"저축은행·상호금융은 살짝 불안"

최정희 기자I 2024.06.26 11:00:00

한은,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발간
'3개월간 자금 인출' 가정해 스트레스테스트
증권, 보험사는 유동성비율 200% 이상으로 양호
저축은행·상호금융은 100% 넘는 수준
한은 "유동성 대응능력 더 높일 필요"
저축은행 연체율 8.8%에도 손실흡수능력 양호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비은행권에서 뱅크런 등 자금 유출이 발생하더라도 유동성 비율은 끄떡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저축은행, 상호금융의 경우 단기로 예금을 받고 장기로 대출 등 자산을 운영하기 때문에 자금 유출시 유동성 비율이 타 비은행권에 비해 낮았다.

3개월간 자금 유출시 비은행 유동성확보비율 100% 이상

26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이 위기 상황에서 예금 인출, 채무 상환 등으로 3개월간 현금이 유출된다는 가정 하에 대출 만기도래, 자산매각 등을 통해 유입 가능한 현금확보액을 추정해 비교해봤더니 비은행권의 유동성 확보비율이 100% 이상으로 추정됐다.

금융당국이 감독하는 유동성 비율은 만기 3개월짜리 유동부채 대비 3개월짜리 유동자산을 비교하는데 한은은 만기가 3개월을 넘더라도 시장에 내다팔아서 3개월내에 확보가 가능한 유동자산과 비교해 일명 ‘유동성 확보 비율’을 분석해 본 것이다. 그러다보니 증권사와 상호금융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현재의 유동성 비율보다 유동성 확보 비율이 더 높았다. 다만 디지털 뱅크런이 발생할 경우 뱅크런이 24시간 이내에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위기 상황이 오면 3개월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업권별로는 보험이 387.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직전 1년치 지급보험금이 단기에 유출된다는 가정이다. 보험사의 3월말 유동성 비율은 1019.9%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금융당국이 2022년말 ‘만기 3개월 이하의 자산’으로 한정했던 보험사의 유동성 자산을 ‘거래 가능한 만기 3개월 이상 채권 등 즉시 현금화 가능 자산’으로 확대하면서 유동성 자산 규모가 급증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뱅크런 사태가 발생해도 유동성 비율이 양호했다.

출처: 한국은행
증권사, 여신전문금융회사는 3개월간 자금 유출이 있더라도 유동성 비율이 각각 212.0%, 210.5%로 양호했다. 증권사는 3월말 유동성 비율이 119.2%인데 ‘3개월로 기간을 축소’하면 유동성 비율이 더 높아진다. 여전사의 경우 유동성 비율이 271.1%인데 뱅크런 사태가 나더라도 유동성 비율에서 큰 차이가 벌어지지 않았다. 증권사와 여전사의 경우 현금 유출 규모를 만기 도래 채무의 차환율이 65%이뤄진다는 가정 하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다.

한은은 “보험, 증권사는 유동성 위기시 가용 시장성 유동자산 보유 규모가 크고 여전사의 경우도 카드 자산, 할부금융자산 등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200% 이상의 높은 유동성 확보 비율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상호금융의 경우 뱅크런 사태가 있을 경우 유동성 비율이 각각 142.2%, 128.8%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은 3월말 227.3% 대비 크게 감소했고 상호금융은 99.5%에서 더 높아졌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시 저축은행의 예금인출 사례를 참고해 예금 금액대별로 5000만원 이하 예금은 20%, 5000만원 초과 예금은 50% 유출한다는 전제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다. 상호금융은 조합원 예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고려해 비조합권 예금에 대해서만 저축은행과 같은 유출률을 적용했다.

한은은 “저축은행, 상호금융은 자산 대부분이 대출채권인 데다 이중 상당 부분이 장기로 운용됨에 따라 단기 가용 유동성 자산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유동성 확보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유동성 대응 능력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연말부터 상호금융감독규정, 새마을금고감독기준을 개정해 3개월 유동성 비율을 100% 이상 유지하는 ‘유동성 비율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고정이하여신 모두 떼여도 비은행 자본비율, 감독기준 상회

한은은 비은행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돈을 떼이더라도 손실 흡수능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3월말 연체율은 각각 8.8%, 5.1%로 재작년 이후 상승세다. 한은이 각 업권의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이 모두 손실된다고 가정한 결과 저축은행 자본비율은 11.6%(감독기준 7·8%), 농협·수협·산림조합(2·5%)은 7.6%, 새마을금고는 6.1%(4%), 신협은 4.6%(2%)로 모두 감독 기준을 상회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이 작년의 은행 만큼(42.3%) 부실채권을 매·상각한다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작년말 7.2%, 3.4%에서 1.6%포인트, 2.1%포인트 하락한 5.6%, 1.3%로 낮아졌을 것으로 예측됐다. 작년 저축은행의 매·상각 비율은 33.7%, 상호금융은 10.2% 밖에 안 된다. 한은은 “부실자산의 빠른 증가가 불안심리를 자극해 유동성 위기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부실자산의 효율적 처리를 통해 금융기관 재무건전성 지표 개선과 손실흡수력 확충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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