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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시장에서 쉐보레의 유일한 세단 모델이었던 말리부의 단종은 소비자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선호도 증가와 GM의 전기차 전략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1964년 고급 패밀리 세단으로 출시된 말리부는 9세대에 걸쳐 진화를 거듭해왔지만, 최근 소비자들이 SUV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GM은 세단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NYT에 따르면 말리부의 연간 판매량은 10년 전만 해도 20만대에 달했지만, 작년 말리부의 판매량은 13만대에 그쳤다. 작년 4분기에 말리부 인도량은 전년 동기 대비 47%가량 감소했다. 말리부 누적 판매량은 1000만대 이상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세단은 설 자리가 없는 모습이다. GM뿐 아니라 미국 ‘빅3’ 자동차업체 중 스텔란티스와 포드도 세단을 없애고 주로 SUV, 픽업트럭, 미니밴 등에 집중하고 있다.
말리부의 퇴장으로 GM의 쉐보레 브랜드 내 내연기관 차량은 고성능 스포츠카 콜벳이 유일하다. 앞서 GM은 스포츠카 카마로의 생산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으로 말리부의 빈자리는 GM의 전기차가 채울 예정이다. GM은 현재 미국 캔자스주 공장에서 말리부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번 생산 중단 결정으로 약 3억9000만달러를 투자해 쉐보레의 ‘차세대 볼트 EV’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GM은 작년 이전 세대 볼트 EV 생산을 중단했다.
캔자스공장의 재정비는 GM의 전기차 시장에 대한 베팅의 일환이라고 WSJ은 짚었다.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의 지휘 아래 GM은 전기차에 올인했지만, 제조 지연과 기술적 장애뿐 아니라 최근에는 전기차 수요 약화에 직면했다. GM은 지난달 올해 북미 시장에서만 20만~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YT는 “말리부는 언젠가 전기차로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며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구매자들이 애정을 가지고 기억하는 오래된 모델 이름을 부활시키고 용도를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아울러 GM은 캔자스공장 재정비를 위해 2025년 1월 이후에 해당 공장에서 생산 중인 캐딜락 XT4의 생산도 일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캔자스공장에서 볼트 EV와 XT4가 오는 2025년 말 생산이 재개될 때까지 생산직원을 해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