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악’ 프레임에 서로 과방위 쟁탈전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여야 원내 지도부는 제헌절 제74주년 경축식에 앞서 의장접견실에서 마련된 사전환담에서 마주친 것 외에 별도의 원 구성 관련 협상이나 회동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국회는 5월29일 전반기를 마친 이후 이날부로 49일째 공전을 이어갔다. 이날은 지난 12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회동한 자리에서 원 구성 합의 마무리 시점으로 정한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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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협상 ‘9부 능선’을 넘고도 최종 합의에 실패한 배경으론 과방위와 행정안전위원회 등 상임위원회 배분이 꼽힌다. 야당인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양보한 대신 과방위와 행안위 모두 위원장을 맡겠다고 주장한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모두 줄 순 없고 과방위와 행안위 가운데 하나를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과방위는 방송통신위원회를 피감기관으로 둔 상임위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문제가 걸려 있다 보니 여야 서로가 ‘방송 장악’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있다. 행안위 역시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설치로 쟁점화했다.
이날 오전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상임위 배분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오늘 만남은 예정된 것이 없다”며 “의장이 중재안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이 수용 어렵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여야 극적 합의할 경우 19일 상임위원장 선출
김진표 의장은 과방위에 대해 과학과 방송통신 분야로 나누는 방안 등을 여야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이날 사전환담에서 “본회의 날짜는 가입했는데, 본회의를 여는 열쇠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며 여야 지도부에게 “오늘 중엔 마무리 짓는 것으로 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이날 제헌절 경축사에서도 “어떤 경우에도 국회 문은 열려 있어야 하는데 국회 완전 공백 상황이 한 달 넘었고 아직 원 구성조차 마치지 못했다”며 “국회 공백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법과 관행을 정비하고 담판 중심의 여야 협상문화를 토론 중심의 여·야·정 협치문화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장까지 나서 중재했지만 여야는 결국 제헌절까지 원 구성 협상 타결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복합적 경제 위기가 몰려오는 민생 어려움을 외면한 채 정치적 계산을 우선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이 같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여야 모두 협상의 문을 열어둔 상태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고위 당정협의회 관련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의장이 말한 중재안에 대해 원내 지도부와 원내대표 간 상의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고, 어느 시간에라도 민주당과 만나 협의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타결 여지를 남겼다.
여야는 극적으로 합의할 경우 19일 상임위원장 선출을 시작으로 2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 22~26일 대정부 질문 등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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