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프 앙드레(사진)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경제담당관은 창립 60주년을 맞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에 대해 “빠른 경제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적절하다”면서도 “정책의 결과로 광범위한 공공일자리 창출이 노동시장의 관행으로 고착하면 고령 근로자들이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량의 공공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급속한 고령화가 앞으로 노동력 부족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며 “평생교육, 더 유연한 노동시장 규제 등을 통해 민간의 일자리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번 인터뷰는 한국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전경련이 재정·노동 등 거시경제와 생산성 제고 측면에서 내년 출범할 새 정부의 바람직한 정책 시사점을 짚어보자는 취지로 구성됐다.
앙드레 전 담당관은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점으로는 기업 간(대기업·중소기업), 산업(제조업·서비스업) 간 생산성 격차를 꼽았다. 또 더 나은 인적자원의 배치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정책이 유연성과 노동자 보호 사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유럽과 마찬가지로 정부는 직업이 아니라 노동자 자체의 보호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현재의 고용 보호는 유연해져야 하며, 동시에 실업 시 실업수당을 통한 효과적 보완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재교육하는 등 사회 변화에 맞게 노동경쟁력이 강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균형 있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앙드레 전 담당관은 최근 심화하고 있는 한국 부동산 시장 혼란 해결을 위해 주택 공급을 강조했다. 그는 “집값 안정과 주택 수요 충족의 열쇠는 공급 확대”라며, 특히 차기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정책 우선순위로 “건설규칙 완화가 민간부문에 의한 주택공급 확대로 이어지도록 할 것”을 꼽았다. 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특히 1990년대 초반 이어진 대규모 주택공급 확대 정책 덕분에 가능했다”며 “그 이후의 부동산 정책이 공급 측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상태에서 수요 억제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는 금리 하락과 맞물려 현재의 가격 상승과 투기 확대로 이어졌다며 현재의 시장 혼란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앙드레 전 담당관은 한국 경제성장을 이끈 주축인 기업들의 활력이 둔화하고, 경제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원인에 대해 “한국의 제품시장 규제는 OECD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이라며 “특히 기업들의 사업 운영에 있어 국가의 관여가 광범위하고 서비스 및 네트워크 분야 장벽이 높고 무역·투자 측면 애로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말했다. 그는 “경제와 산업정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지난 수십년 간 한국을 산업 강국으로 변모시키는 데 기여했으나 지식·서비스 기반 경제로 발전할수록 더 가볍고 유연한 규제가 혁신을 촉진하며, 특히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앙드레 전 담당관은 차기 한국정부가 기업의 활력 제고를 위해 우선시해야 할 정책으로는 △규제 단순화 △국가간 자유 무역 협정 확대 △규제샌드박스·규제자유구역 등 실험적 규제개혁 시스템의 성공 등을 꼽으며 이를 법제화해 영구적으로 안착하는 게 필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