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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본의 은행산업도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탈하는 고객을 붙들기 위해 차별화한 상품과 서비스는 이미 보편화하고 있다. 올해로 출범 17년째를 맞이한 일본의 인터넷전문은행의 현실은 치열한 생존경쟁 그 자체였다.
◇‘금리전쟁’…10%대 카드론·0.5%대 주택담보대출 금리
지난 2000년 일본 첫 번째 인터넷은행으로서 재팬넷은행이 설립된 이후 16년 동안 총 8개 인터넷은행이 시장의 문을 두들겼다. 금리경쟁은 이제 ‘금리전쟁’ 수준에 이르렀다.
올해에는 일본 편의점의 대명사인 로손(LAWSON)이 인터넷은행에 도전장을 내민다. 올해 일본 인터넷은행의 가장 큰 변화는 금리다. 더는 일본에서 10%대의 카드론 등 신용대출이 낯설지 않다. 2014년 이온뱅크가 연 3.8~13.8%까지 카드론을 선보인 이후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앞다투어 10%대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스미신SBI넷뱅크 카드론 금리는 연 1.99~7.99%, 지분뱅크가 연 2.4~17.5%, 소니뱅크 연 2.5~13.8%이다. 국내 카드론 금리가 27.5%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인 셈이다.
주택담보대출금리 역시 절반으로 떨어졌다. 미즈호은행·미쓰이스미토모은행·미쓰비시도쿄UFJ은행 등 일본 3대 은행의 1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는 0.9~1.15%이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은 연 0.5%대로 금리를 떨어뜨렸다. 스미신SBI넷뱅크가 판매하는 주택담보대출은 8대 질병보장특약이란 보험기능까지 공짜로 제공한다. 1엔 단위로 중도상환을 할 수 있고 중도상환수수료도 무료다.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눈여겨 봐야
일본 도쿄 신주쿠 중심에 있는 SBI머니플라자는 SBI그룹의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상담창구이다. 이곳에서는 스미신SBI넷뱅크와 SBI증권의 계좌개설은 물론 투자상담, 생명보험·손해보험 가입, 대출 상담까지 상담받을 수 있다.
SBI머니플라자는 1년 16일 있는 국가기념일 외에는 평일에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토·일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다.
이처럼 단순히 금리 경쟁에만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도 눈길이 간다. 은행계좌와 증권계좌를 결합한 SBI하이브리드예금은 스미신SBI넷뱅크를 인터넷은행 개인예금 잔액 1위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이 상품으로 SBI증권 고객은 예금보호를 받으면서 증권투자를 할 수 있고 증권투자를 하지 않은 잔액에도 보통예금보다 10배 높은 이자를 받게 했다. 무엇보다 편리한 것은 이전까지 증권매각대금을 받기 위해서는 3영업일 기다려야 했던 일본투자자 입장에선 당일 인출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일본금융기관 8년 연속 고객 만족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소니뱅크는 포스트펫(Post Pet)이라는 이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스트펫이란 계열사 소니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사가 개발한 전자 우편용 소프트웨어로 사이버공간에 자신의 애완동물을 키우고 그 애완동물을 통해 메일을 교환하는 시스템이다.
소니뱅크는 애플리케이션에 포스트펫을 연동해 포스트펫으로부터 자산관리에 대한 조언을 받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포스트펫 서비스를 위해 소니뱅크에 가입하는 고객이 있을 정도이다.
이홍무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한국이 올해 말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하는데 은행 시스템이나 환경이 비슷한 일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일본의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시장에 안착하고 있다는 점을 상품과 서비스, 시스템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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