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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소설가 조경란은 스스로를 ‘은둔형 외토리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5년간 방에 틀어박혀 살았다. 그는 스무 살이 되었는데도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몰랐단다. 누구와도 대화 없이 집에서 닥치는 대로 읽으며 5년을 그렇게 보냈다고 했다.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는 이처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히키코모리’에 관한 이야기다. 실제 작가 이와이 히데토(41)의 자전적 작품이다. 16세부터 20세까지 히키코로리로 산 자신을 모티브로 삼아 썼다.
연극에는 10여년 간 집밖에 나오지 못한 히키코모리였던 토미오가 나온다. 지원단체의 상담을 받으면서 자기만의 벽을 깬 토미오는 히키코모리를 돕는 상담사로 변신한다. 집 안에서 부모와도 마주치지 않는 8년 차 히키코모리인 소년 ‘타로’와 쓰레기더미 속에서 세상과 어우러지는 법을 배운다는 22년 차 히키코모리인 40대 사이토 카즈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그들의 변화를 돕는다. 작품은 구체적으로 이들이 왜 히키코모리가 됐는지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대신 멀쩡한 직장에 다니는 내가 맺고 있는 사회관계가 얼마나 견고한 것인지를 물을 뿐이다.
작품은 ‘예외’를 주제로 한 올해 두산인문극장의 시리즈 마지막 연극. ‘예외’가 과연 ‘예외’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밖(세상)은 과연 나갈 만한 곳인지, 멀쩡하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또 사회적 관계라는 게 과연 유효한 것인지를 곱씹게 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관객과 실제로 대화를 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덤덤하고 차분하다. 특히 히키코모리이면서도 멀쩡한 척 구는 카즈오의 연기가 일품. 능청스러우면서도 진중 경계를 오가며 관객의 박수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90년 거품경제가 꺼지고 부모세대의 실직과 좌절을 지켜본, 지금의 일본의 30∼40대들은 스스로 비사회적 존재가 돼 골방으로 들어갔다. 무려 300만명. 그간 가정과 사람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보여준 박근형 연출은 “우리나라도 30~40대 고독사가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러모로 세상이 우릴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지 않나 싶다”고 이번 작품의 의의를 설명했다.
배우 최광일이 토미오 역을, 이남희가 카즈오 역을 맡았다. 이밖에 강지은·배수백·황정민·윤상화·김혜강 등이 출연한다. 서울 종로구 종로5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20일까지 02-708-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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