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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중 한 명은 “나는 이제 눈에 뭣도 안 보이는 사냥개다. 지금 주민도 돌아서 들어가게 하고 이게 뭐하는 거냐”며 “문 앞에서 비켜라”고 소리쳤다. 입구를 막던 구청 직원은 “다친다, 들어오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앞서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8시께부터 용산구청 앞에서 소복차림으로 ‘무능력자 박희영은 사퇴하라’ 등의 피켓을 들며 박 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공무원들과 약 10분 동안 대치하다 지쳐 흐느끼며 주저앉았다. 유족들은 “박희영을 재구속하라”, “내 새끼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눈에 뵈는 것이 없다”, “구청장 때문에 용산구민도 못 들어가게 막는 공무원이 있느냐” 등의 말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튜버가 “박희영 지키려 공무원 됐냐”고 구청 직원들을 비난하자, 경찰이 제지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려 경찰 20여 명이 배치됐다.
구청 앞에서는 박 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피켓 시위도 벌어졌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 소속 한 회원은 ‘공직자 자격없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하라’란 피켓을 들었다. 반면, 한 용산 주민은 ‘우리가 뽑은 구청장이 용산구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란 피켓을 들고 박 구청장의 업무 복귀를 지지하는 맞불시위를 나왔다.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 구청장이 지난주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구청 앞에서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유족들은 전날엔 구청장실이 있는 구청 청사 9층으로 진입을 시도, 구청 측은 용산경찰서에 ‘기동대’ 투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가 ‘경찰’ 투입 요청으로 정정했다.
한편 박 구청장은 지난 7일 보석으로 풀려난 다음날인 8일 오전 7시께 유가족을 피해 ‘기습 출근’했고, 지난 9일과 12일에는 각각 연차휴가와 병가를 내는 등 유족들을 피해왔다. 닷새 만인 13일 출근하면서 언론엔 “유족과 만날 뜻이 있다”고 했지만, 만남은 성사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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