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고승범 “내년 가계부채 증가율 4~5%"…한은·금감원 등과 협업체계 공고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무엇보다 우리 경제 가장 큰 위험요인인 가계부채 관리강화를 일관되게 추진하겠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4~5%대로 정상화하겠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31일 신년사에서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고 위원장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개인사업자대출은 차주의 경영, 재무상황을 세밀히 점검하고 차분히 연착륙을 유도해 나가겠다”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75조원+@프로그램’은 질서있게 정상화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이날 고 위원장은 이 같은 금융안정 부분을 포함한 금융발전, 경제성장, 포용금융 기조 등 4가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금융역동성을 위해서는 빛바랜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 보험 등 금융사들이 신 사업에 진출하고, 다양한 사업모델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업무범위 등을 폭넓게 확대하겠다”면서 “금융위 디지털 전환도 한층 더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AI(인공지능) 활용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데이터 결합제도도 개선할 방침이다. 또한 마이플랫폼(개인별 맞춤형 종합금융 플랫폼) 도입과 헬스케어 등 다양한 금융 플랫폼 구축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 20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통한 경제성장 견인도 약속했다. 그는 “뉴딜펀드를 안정적으로 지속 조성하고, 뉴딜분야 정책금융공급을 확대할 것”이라며 “ESG 공시·투자를 적극 유도해 실물경제의 구조적 전환 뒷받침에도 소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10조원 규모의 정책서민금융을 공급하고 신용회복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등 취약차주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강화했다. 이를 위해 그는 “청년희망적금,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 등을 도입해 청년층의 자산형성·관리를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 위원장은 지금이 전시(戰時)임을 강조하며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등과의 협업체제도 강조했다. 그는 “올 한 해 코로나19 위기에서는 차츰 벗어나겠지만, 시장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코로나19 재확산, 글로벌 긴축전환 등 경제적 변수 외에 미·중 패권갈등, 국내 선거일정 등 정치적 변수도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국내외 시장동향을 주시하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비상대응조치도 준비해 두겠다”면서 “전시임에도 개별기관의 이익을 앞세우거나 소모적인 갈등·논쟁으로 정책공조를 저해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부연했다.

또 중국 명나라의 사례를 들며 정책 추진과정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충될 수 있는 정책목표간 조화와 균형을 도모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빅테크·핀테크가 혁신과 경쟁을 선도하도록 뒷받침하면서도 금융안정과 소비자보호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규율은 균형있게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15세기 중국 명나라는 정화의 원정에서 보듯 뛰어난 향해술을 갖췄으나 해금법으로 인해 대양강국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놓쳤다”면서 “균형감각이 결여된 제도, 기득권에 안주하는 규제 하에서는 다가온 기회를 놓칠 수 있고 역사의 흐름까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지금 우리 금융은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 위기와 경제·금융질서 변혁의 교차점에 서 있다”면서 “코로나 이후의 경제·금융질서는 코로나 이전과 판이하게 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역풍이 불 때, 그 역풍을 피하지 않고 활용하면 더 빠른 속도로 전진할 수 있다”면서 “수차례 위기를 극복해 온 경험과 저력을 살려 시장, 민간, 정부가 다함께 힘을 모아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