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간단하고 저렴한 그래핀 필름 제작기술 개발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꿈의 물질’로 불리는 그래핀을 나노 분산액을 이용해 간편하고 저렴하게 높은 투명도를 갖는 나노두께의 큰 필름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상욱 KAIST 교슈

5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의 김상욱(KAIST 교수) 그룹 리더팀은 특별한 장치없이 용액 속에 녹아있는 그래핀과 나노입자들이 계면에서 스스로 조립해 큰 면적의 그래핀 필름을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그래핀 용액을 혼합한 물에 휘발성 유기용매를 소량 첨가해 증발시키는 매우 간단한 방법이다. 마랑고니 효과와 자연대류 현상을 동시에 발생시켜 자동적으로 몇 분 안에 수십 센티미터 이상의 투명한 전도성 나노 필름이 형성되게 한다. 실제 10cm 지름 크기의 그래핀 필름 형성에 약 2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그래핀 코팅이나 필름제조 방법은 많은 시간과 매우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한다. 고품질의 그래핀은 섭씨 200도에 육박하는 고온이 아니면 증발되지 않는 제한적인 유기용매에만 고농도로 분산되기 때문에 화학적 기상증착법(CVD)에 의해 금속 위에서 필름을 합성해야 한다. 또는 산화그래핀(graphene oxide)을 제조한 뒤 물 표면에 고농도 분산하여 코팅을 하거나 필름을 제조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이번에 개발한 그래핀 필름 제조법은 고가 장치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제조한 그래핀 필름의 후처리 과정에서도 별도의 분리공정이나 환원공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기존에 나노두께의 필름 제조가 어려웠던 다양한 유기·무기 나노입자들의 단독 혹은 복합 필름제조가 가능하고 필름 형성과정에서 그래핀에 금과 팔라듐 등 금속 나노입자를 붙일 수도 있다. 다양한 특성을 갖는 나노박막의 제조와 소재 표면처리에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번 연구성과는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유체현상을 이용해 용액 중에 분산된 나노입자를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스스로 필름 형태로 성장시키는 제어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앞으로 화학공학 분야와 소재 및 바이오 분야 발전에 중요한 기술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미국 화학회가 발간하는 재료공학 분야 권위지인 ‘나노레터스’ 온라인판에 지난달 13일자로 게재됐다.

△계면 자기조립을 이용한 대면적 그래핀 필름의 고속 제조방법. 미래창조과학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