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or 버핏, 누구에게 돈빌려주는게 안전할까?

김윤경 기자I 2010.03.22 14:53:39

미 회사채 수익률, 국채 수익률보다 낮아져
국채 공급과잉과 재정우려로 최고등급 강등 가능성

[이데일리 김윤경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보다 워렌 버핏에게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

채권 시장에선 이런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22일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워렌 버핏의 투자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발행한 채권을 사는 것(돈을 빌려주는 것)이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사는 것보다 투자 리스크가 적다는 의미다. 
 
▲ 워렌 버핏(좌)과 버락 오바마(우)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신용등급 Aa2를 매기고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2년짜리 회사채의 지난 달 수익률은 같은 만기의 미 국채 수익률에 비해 3.5베이시스포인트(bp) 낮았다. 프록터 앤 갬블(P&G)와 존슨 앤 존슨(J&J), 로우스 등 미국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 수익률도 최근 수 주 동안 낮게 유지되고 있다.

가장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는, 그래서 최고 신용등급을 받고 있는 미 국채에 비해 회사채 수익률이 더 낮은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채권의 경우 받을 돈이 고정돼 있는 투자이기 때문에 수익률(이자율)이 높을수록, 즉 돈을 떼일 위험이 클 수록 채권의 가치(가격)은 떨어지고 반대로 수익률이 낮을수록 채권의 가치는 높아진다. 
 
리먼브러더스 수석 채권 스트래티지를 지낸 잭 말비는 "이렇게 회사채 수익률이 국채 수익률보다 낮았던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처음 보는 것"이라며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엔 국채와 회사채간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는 23%포인트까지 벌어져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이처럼 미 국채와 회사채간 수익률 역전이 나타난 것은 우선 미국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0%까지 크게 늘면서 미 재무부가 지난해 초 이후 2조5900억달러 어치나 국채를 발행해 공급이 과잉 상태가 됐기 때문. 채권 발행이 크게 늘어난데다 경제가 회복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줄어) 채권 수요가 약화된 것도 이유다.
 
이에따라 미국이 받고 있는 트리플 A(AAA) 신용등급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배경이 되고 있다. 무디스는 미국이 올해 세수를 채무 상환에 쓰는 비율이 약 7%, 2013년엔 11% 가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등급 강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들의 높은 공공부채 비율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는 최근 연일 높아지고 있다.
 
존 립스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도 전일 "경기부양 조치를 되돌린다고 해도 재정적자가 양호한 수준으로 회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립스키 부총재는 캐나다와 독일을 제외한 선진 7개국(G7)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14년까지 10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기사 ☞ IMF부총재 "선진국 부채심각..올해까진 부양필요"
 
미 국채 수익률은 독일 국채에 비해서도 높아졌다. 독일 국채에 비해 미국 국채의 위험이 더 커졌다는 얘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같은 만기 독일 국채 수익률에 비해 1%포인트 높다. 한 해 전만 해도 상황은 반대였다. 독일의 재정적자는 GDP의 4.2% 수준이다.
 
도이체방크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 사업부의 개리 폴락은 "미국은 연방 정부의 재정적자를 다룰 장기 계획이 부재하다"며 "어느 시점에서 시장은 인내심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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