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인정받았다"…기시다가 이끈 日자민당 총선서 압승

김보겸 기자I 2021.11.01 10:42:50

자민당, 국정운영 절대안정다수 261석 확보
공명당(32석)과 합하면 연립정당 293석 차지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100석'' 무너지며 부진
자민당 거물 의원들 줄줄이 패배의 쓴맛 보기도

기시다 후미오 총리 (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4년만에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은 또 다시 자민당이었다. 비록 몇몇 거물 의원들이 정치 신인에게 패배하는 일도 있었지만 유권자들은 자민당이 주는 안정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자민당, 단독 과반 넘어 절대안정다수까지

31일 총선에서 자민당은 지역구(소선거구) 289석, 비례대표 176석 등 전체 465석 가운데 261석을 가져갔다. 기존 276석보다 15석 줄어들었지만, 중의원(하원) 상임위원회 전체 위원장과 각 상임위 구성에서 과반을 장악해 원활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절대 안정다수’인 261석 기준선에 안착했다.

자민당조차도 이 같은 선거 결과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자민·공명 연립정당이 233석만 얻어도 승리로 간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자민당만으로도 261석을 확보한데다, 공명당 32석과 합하면 자민·공명 연립 여당은 293석을 차지한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여당이 과반을 취하고 정권을 선택하는 선거에서 신임을 받아 대단히 고마웠다”며 “자민당의 단독 과반수도 국민에게 인정받았다. 확실히 정권을 운영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로써 아베 신조 전 총리부터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 이르기까지 9년 가까이 이어진 자민당 정권은 다시 한 번 일본 유권자들의 신임을 얻었다. 기시다 총리는 내각이 들어선 지 28일만에 치러진 선거에서 단독 과반 확보에 성공했는데, 이는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다.

◇존재감 없는 야당 덕 어부지리 봤다는 평도

다만 정권 기반이 안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권자들이 안정감을 앞세운 자민당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배경에는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우왕좌왕 대응으로 국민의 실망을 샀던 당시 여당 입헌민주당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이 있다.

이 때문에 야당이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 장기집권 폐해를 지적하며 정권 교체를 내걸었지만 유권자들은 여전히 자민당이 주는 안정감을 택했다. 선거 전 109석이었던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100석 밑으로 떨어지며 이전 수준을 밑돌았다.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간사장.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정치 신인에게 패했다(사진=AFP)


이번 선거에선 자민당 거물 의원들이 줄줄이 패배의 쓴맛을 보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자민당 2인자인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의 패배가 가장 주목을 받았다. 현직 자민당 간사장이 선거구에서 패배한 건 소선거구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1996년 이후 처음이다. 불법 정치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해명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 됐다. 야당 신인에게 충격적으로 패배한 아마리 간사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또 지난 9월까지 디지털청장이었던 히라이 다쿠야와 올림픽장관을 역임한 사쿠라다 요시타카 등도 야당 단일 후보에게 패배했다.

한편 우익 성향 정당이 제3당으로 도약했다. 일본유신회는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 16석과 비례대표 25석 총 41석을 차지해 직전(11석)의 4배 가까이 뛰었다. 자민당 비난 전략이 유효했다. 자민당에 개혁 정신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함으로써 온건한 성향의 기시다 내각에 불만을 가진 극우 지지자 표심을 공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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