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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는 순한맛. 현실은 매운맛"...요즘은 안 그런다고?

박지혜 기자I 2021.09.02 10:47:49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D.P.는 순한맛. 현실은 매운맛”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가 지난 1일 공군에서 일어난 가혹행위를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남긴 글이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드라마 ‘D.P.’의 한 장면
경남 진주 공군교육사령부에서 조교로 복무했던 A씨와 B씨는 각각 지난 3월과 8월 전역했다. 제대 당시 계급은 상병, 병장에서 1계급 강등된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4월부터 수개월간 폭행과 유사 성행위 강요 등으로 후임병과 상관 등 6명을 계속해서 괴롭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씨는 지난해 7월 부대 사무실에서 후임병의 신체에 전기드릴을 갖다 대기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분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 후임병의 신고로 가해자들은 군사 경찰의 수사를 받았고, 한 달 뒤 가해 장병들은 다른 대대로 전출됐지만 계속해서 같은 공군교육사령부 소속으로 남아 있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가해자들과 자주 마주쳤다고 주장했다.

현재 A씨는 모욕과 특수폭행,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부산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고, B씨는 전역을 한 달 앞두고 군사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A씨는 전기드릴을 사용한 특수폭행에 대해선 혐의를 부인하면서 “단순 장난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드라마 ‘D.P.’는 탈영병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Deserter Pursuit)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폭력과 가혹행휘 등 부조리를 견디지 못하고 탈영하는 과정이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도 2일 해군대학에서의 사건에 분노하며 D.P.를 언급했다.

임 소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해군대학에서 무려 8개월 동안 상관의 지속적인 괴롭힘과 인권침해가 있었고 이를 해군본부 군사경찰단에 신고했으나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리되기는 커녕 오히려 2차 가해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해군사관학교 출신 박 모 중령이 부하인 하사를 자신의 지휘를 이용해 지속으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인권침해를 했고, 이를 군사경찰이 신고 하며 가해자와 분리를 요구 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해군대학 총장(계급 준장)에게 요청하라는 어이없는 답변을 받는가 하면 해당 부대는 피해자를 빈 사무실에 격리하며 2차 가해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간부 계급 중 최하 계급인 하사에게 하늘 같은 장군인 준장에게 직접 가해자 분리를 요구하라는 군사경찰의 어처구니 없는 답변도 기가 막힐 사태인데 해당 부대인 해군대학은 피해자에게 집단으로 2차 가해를 했다는 보고를 받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이모 중사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조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임 소장은 “사건이 신고된 시기는 ‘공군 이 중사 사망 사건’으로 인해 전 국민이 공분해 여론이 좋지 않을 시기이며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이 공식적으로 사과해 우리 군이 국민에게 지탄을 받던 시기이기도 하다”며 “그리고 8월에는 해군에서도 공군 이 중사 사건과 유사한 성범죄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으로 인해 해군 수뇌부를 비롯해 국방부장관이 7번째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연이은 대형 인권침해 사태로 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시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부대인 해군대학과 해군본부 군사경찰단은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함에도 2차 가해행위에 가담하였다. 이는 비난을 넘어 중징계와 형사처벌을 해야 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종류의 인권침해 사건도 기본에 충실하지 못해 가해자 편들기를 하고 있음에도 국방부와 군 수뇌부는 넷플릭스 드라마 D.P를 보며 ‘요즘은 저 정도는 아니’라며 볼멘소리와 함께 당혹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아직도 저들은 급한 소나기는 피하고 볼 일이고 이 상황도 잘 버티면 여론이 잠잠해질 것이라며 이런저런 대책 같지도 않은 대책만을 내놓으며 국민의 눈을 속일 궁리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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