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복 화투' 간호사 "할머니, 불안해 보이셨다"

박지혜 기자I 2021.08.05 10:05:04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코로나19 병동에서 방호복을 입은 채로 한 할머니와 화투를 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된 이수련 삼육서울병원 간호사(29)는 “조금이라도 기운을 드리고 싶어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5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그때 할머니 짐에 화투가 있었는데, 격리되시고 나서 열도 있으시고 기운도 없고 좀 불안해 보이셨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할머니를 포함해 코로나 환자들과 함께 하는 게 때론 걱정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제가 근무했을 당시(지난해) 코로나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는 안 좋았다. 두렵기도 했는데 보호복을 잘 입기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나선 괜찮았다”고 답했다.

사진 속 이 간호사와 함께 화투를 치던 할머니는 90대 치매 환자로, 요양원에서 감염돼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옮겨진 상태였다. 할머니는 이 병원에서 보름 간 입원 치료를 받았고, 음성 판정을 받아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대한간호협회
이 간호사는 “제가 퇴원 보내드리진 못했지만 소식을 들었을 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잘 가셨다고 해서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사진이 알려진 뒤 주변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는 이 간호사는 “인생에 한 번 오는 시기구나 (생각했다)”며 “모든 게 다 감사하다”고 했다. 사진은 함께 일하던 의료진이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간호사는 또 “화투는 할머니 짐에 있어서 했는데 다른 환자분들과 색칠 공부와 같은 미술 치료도 했고 보호자와의 영상통화(를 돕거)나 성경을 읽어드리기도 했다”며 “적적하지 않게 도와드리면 많이 좋아하셨다”고 했다.

간호사 경력 7년 차인 이 간호사는 현재 일반 병동으로 복귀한 상태다. 그는 “지금 4차 유행에 폭염으로 너무 힘든 시기다. 아직도 너무 힘든 분들이 많은데,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잘 해내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겨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하면 같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끝으로 이 간호사는 “가족과 친구들, 동료들이 볼 때 부끄럽지 않을 만한 간호사가 되고 싶다”며 “과분하게 응원해주시고 감사해주셔서 저도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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