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15일 ‘중국 화교 유가강(유우성) 간첩사건’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3분 간 원고를 읽었을 뿐 거취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음에 따라 국정원 2차장이 책임을 지는 선에서 ‘꼬리 자르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남 국정원장은 이날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서 “증거 서류 조작 의혹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생명과 국가 안위를 책임지는 정보기관으로 임무 완수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해 왔다”면서 “일부 직원이 증거 위조로 기소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원장으로서 참담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수사 관행을 점검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개혁을 해 나가겠다”면서 “낡은 수사와 절차 혁신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강도 높은 쇄신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남 국정원장은 “과학화된 수사기법을 발전시키고 국정원 본연의 대공 수사 능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겠다. 어떤 경우에도 적법 절차에 의한 자기 통제 시스템을 확보해 국민 신뢰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또 “북한 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 위협, 다량의 무인기에 의해 우리 방공망이 뚫린 엄중한 시기”라면서 “이런 엄중한 시기에 국가 안보의 중추기관인 국정원이 흔들리게 돼 참으로 비통한 마음”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남 국정원장은 이어 “이런 위중한 시기에 국정원이 환골탈태해 새로운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정원장으로서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남 국정원장이 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일각의 예상과는 달리 거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앞서 서천호 국정원 2차장은 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즉각 수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