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좌동욱기자] 정부가 외환 시장 개입을 안하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25일 달러-원 환율이 폭등하면서 정부의 외환 정책 스탠스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외환시장 움직임에 대해 "쏠림 현상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대규모 시장 개입은 주저했다. 하지만 정부가 환율 상승을 용인,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물가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외면할 수 없어,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한 경계 심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 정부 "외환 시장에 쏠림 현상 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지난 주말 보다 2원 높은 1064.5원으로 거래를 시작, 전일비 16.4원 오른 1078.9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2004년 11월17일 1081.4원 이후 3년9개월여만에 최고치다.
정부 역시 이날 환율 상승폭이 과도하다는 측면을 인정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오늘 외환시장에는 쏠림 현상이 있다고 본다"며 (환율이 오르면) 당국이 막아줄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러지 않으면서) 심리적으로 오른 측면이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외환 시장 개입을 꺼렸다. 지난달 초 이후 환율 정책에 있어 물가 안정을 우선시했던 스탠스와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이상 현상(쏠림 현상)을 확인하면서도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주저한 것.
정부가 시장 개입을 꺼리는 이유는 이날 달러 강세로 인해 유로나 엔 등 주요국 통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이달 들어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환율이 다른 통화의 움직임과 괴리되지 않는 수준이라면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시장 개입은 효과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잦은 시장 개입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환율 조작국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도 있다.
달러 수급 상황을 보더라도 은행권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 환전 수요, 수입업체들의 결제용 달러 수요 등으로 요인으로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더 많다. 다른 재정부 관계자는 "떨어지는 칼날을 손으로 받아낼 수는 없는 일"이라고 현재 상황을 비유했다.
다만 정부는 잦은 시장 개입으로 외환보유고가 축날 것을 겁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 "시장 상황 좀 더 지켜볼 것"
정부는 일단 외환 시장을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변동성이 높아진 달러화 가치가 하락 추세로 돌아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와 달러화 가치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 폭이 유가하락으로 인해 일부 제한되는 효과도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모든 통화가 (달러화에 대해) 약세 추세인데 원화 통화가 나홀로 약세라고는 볼 수는 없다"며 "외환 당국의 스탠스는 좀 더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요국 통화 움직임과는 달리 달러화와 원화가 동반 약세로 돌아설 경우 정부의 시장 개입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추석을 코 앞에 둔 정부가 환율 상승을 용인, 결과적으로 '물가 상승을 끌어올린 주범'이라는 정치적 비난을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환율이 1% 오를 때마다 소비자 물가는 0.08%포인트 상승한다. 지난 한달 사이 환율이 70원 가까이 오른 점을 고려하면 환율 때문에 물가가 0.56%포인트 올랐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금리를 0.25p씩 아홉차례 인하한 효과와 맞먹는다. 이런 정치적 변수로 인해 앞으로 정부의 시장 개입에 나설 경우 강도가 세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