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권소현기자] 일본 반도체 업계는 지난 10년간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 지난 88년 세계 반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기세등등했던 일본은 이제 한국과 미국, 대만, 유럽에도 뒤져 지난해 26%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변화하면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위크는 최신호(16일)에서 일본 선두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과거 합병이나 분사를 논의하는데 시간을 낭비했지만 이제 구도를 정비하고 컴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업체들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기술개발에 투자, 전망이 밝은 휴대폰과 소비자 가전,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정부와 명문 대학들은 새로운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산학협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HSBC증권의 스티븐 어셔 애널리스트는 이같은 추세를 두고 "일본 업계가 혼란기에서 벗어나 컴백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업체는 NEC. 칩 사업부문을 분사해 NEC일렉트로닉스를 설립했다. 분사를 통해 경영진은 매출액과 수익성을 높이는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NEC일렉트로닉스가 출범하기 이전 도사카 카오루 사장은 이미 영국 소재 공장 문을 닫고 제품 라인을 줄이는 한편 자동차, 가전, 이동통신 산업용 칩을 생산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토사가 사장은 "선택은 간단했다"며 "사업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손을 떼는 것"이라고 말했다.
히다치와 미츠비시전기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4월 양사는 비메모리 사업을 통합, 르네사스테크놀로지라는 새로운 업체를 설립했다. 르네사스는 자동차와 휴대폰용 기기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히다치로부터 고효율의 생산설비를 이전받아 전자렌지에서부터 전력시설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마이크로컨트롤러 데이터 트런칭 프로세서 시장 독점을 목표로 세웠다.
JP모건체이스의 이즈미 요시하라 애널리스트는 "르네사스는 기술과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올바르게 경영할 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칩 제조업체들의 부활을 위해 일본 정부도 열을 올리고 있다. 70년대 이후 처음으로 정부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계와 파트너쉽을 맺고 있다. 지난 봄 도쿄는 11개 칩 제조업체들의 연구개발자들이 고집적 칩을 만들기 위한 테스트 시설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6월 정부는 2개의 새로운 클린룸을 오픈, 25개 업체와 협력해 고집적 시스템 칩에 대한 테스트를 시작했다.
학계도 기여하고 있다. 도호쿠대학에서는 과학자들이 수십개의 반도체 업체들과 협력해 칩을 소형화하고 생산원가를 90%까지 줄일 수 있는 3D 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업체들이 생존하는데 있어서 핵심은 경영이다.
엘피다메모리의 경우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 3년전에 NEC와 히다치가 손실을 기록하고 있던 메모리 사업부를 통합해 엘피다메모리를 설립했지만 경영 방향을 두고 양사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좀더 빠른 PC 메모리칩에 대한 수요를 예측하지 못했다. 따라서 출범때부터 엘피다는 3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내년 4월 미츠비시전기가 엘피다메모리에 합류할 계획이지만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미츠비시전기는 올해 3월로 마감한 회계연도에 3억9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전략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모두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엘피다를 제외한 신생 업체들은 전자 장남감에서부터 V-12 엔진에까지 쓰이는 시스템칩을 제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 분야는 삼성전자와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주력하고 있으며 일본 업체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따라서 일본 업체들은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폰이나 홈 어플라이언스, 대형 평면TV와 같은 특정 영역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전 도시바 반도체부문 사장이었던 카와니시 츠요시는 "특정한 영역을 장악할 수 있는 업체만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최소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는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