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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품을 자궁 지킨다"…저수가에도 멈추지 않는 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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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영 기자I 2026.07.29 0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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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열전] 배재만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인터뷰
부인암보다 난임 환자 더 많아…전국서 수술 위해 발길
포괄수가에 의료사고 부담까지…"헌신만으론 못 버텨"
"다음 세대도 이 수술 배우도록 환경부터 바꿔야"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자궁근종은 떼어내면 되지만 자궁선근증은 다릅니다. 병변을 제거한 뒤 임신을 견딜 수 있는 자궁을 다시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배재만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한양대병원)
배재만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한양대병원)
28일 한양대병원에서 만난 배재만 산부인과 교수는 자신이 하는 수술을 이렇게 설명했다. 부인종양이 전공인 그는 암 환자보다 난임 환자를 더 많이 수술한다. 자궁선근증으로 임신이 어려운 여성들이 전국에서 그를 찾아오기 때문이다. 분만전공은 아니지만 다른 의료진이 꺼리는 고난도 자궁선근증 수술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

“암보다 더 많이 수술하는 난임 환자…아이 품을 자궁 만드는데 헌신”

자궁선근증은 자궁 내막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자궁근층 내로 침투해 자궁의 크기가 커지는 질환이다. 최근 난임 시술은 지역 난임병원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지만 자궁선근증이나 복잡한 자궁질환처럼 고난도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갈 곳이 많지 않다. 대부분의 난임병원은 수술 역량을 갖추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상급종합병원도 시간과 인력이 많이 드는 수술을 적극적으로 맡으려 하지 않는다.

마지막 선택지가 배 교수 같은 의사다. 그가 가장 많이 시행하는 자궁선근증 제거술은 일반적인 부인과 수술과는 다르다. 병든 조직만 떼어내는 게 아니라 임신과 출산을 버틸 수 있는 자궁을 다시 성형하듯 복원해야 한다.

수술시간만 4~5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수술 과정에서 출혈도 많아 절반 이상의 환자가 수혈이 필요할 정도다. 병변 제거 후에는 구멍이 생긴 자궁을 여러 겹으로 겹쳐 봉합하며 다시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허술하면 이후 임신 과정에서 자궁파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그는 로봇수술센터장이면서도 로봇 대신 개복수술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임신할 수 있는 기준에 맞는 자궁을 만들려면 아직은 개복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배 교수에게 수술받은 뒤 자연임신에 성공한 환자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몰린다. 하지만 정작 이런 수술을 하는 의사는 점점 줄고 있다. 몸은 힘들고, 병원은 손해를 보고, 위험부담은 큰 탓이다. 의사들 중에서는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배재만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한양대병원)
배재만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한양대병원)
“헌신만으로는 한계…다음 세대가 배울 환경 필요”

배 교수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수술 자체보다 이 기술을 이어갈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선근증 제거술은 고난도 술기인 데다 의료사고 부담도 크다. 이후 임신 과정에서 자궁파열 등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산과 의사들조차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수술 자체를 권하지 않거나 환자를 받지 않는 사례도 생긴다.

배 교수는 “정말 임신이 안 되는 환자, 반복 유산을 겪은 환자처럼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만 수술한다”면서 수술 위험성이 크다고 강조한다. 다만 갈 곳 없고 아무 데도 받아주지 않는 환자를 받아 직접 자궁을 복원해 준 환자들도 더러 있다. 이후 무사히 임신과 출산까지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현재 의료제도 안에서 충분히 보상받지 못한다.

배 교수에 따르면 자궁선근증 제거술은 긴 수술시간과 많은 인력, 수혈과 각종 치료 재료가 필요하지만 수술 금액이 치료 재료 사용량·종류와 관계없이 일정 수준으로 정해져있다. 이른바 포괄수가제인데 병원 입장에서는 수술할수록 손해가 되는 구조다. 그는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젊은 의사들이 이 분야를 선택하기 어렵다”며 “헌신만으로 의료를 유지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수술을 멈출 생각이 없다. 난임병원에서 ‘더 이상 방법이 없다’며 보낸 환자들이 수술 후 건강한 자궁을 되찾고 다시 임신에 도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의사로서의 의미를 다시 확인하기 때문이다.

저출산이 국가적 과제가 된 시대에 분만 인프라 확대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 단계인 ‘아이를 품을 수 있는 자궁을 지키는 치료’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배 교수는 “선근증으로 삶의 질이 무너지고 임신을 포기하는 여성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며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자궁을 살리는 의사가 계속 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저출산 시대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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