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항문 통증 치열, 여성환자 많은 이유는

이순용 기자I 2018.09.18 09:46:09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흔히 ‘치질’하면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상은 다르다.

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61만1353명이 치핵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으며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1.5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연령별 10만명당 진료환자의 경우 남성은 60대가 1651명으로 가장 많았고 △70대(1650명) △30대(1546명) △50대(1534명) △40대(1484명) △20대(1305명) 순이었다. 여성은 20대가 1492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1482명 △50대 1454명 △40대 1354명 △60대 1330명 등으로 뒤를 이었다.

치핵은 대변이 부드럽게 나오도록 충격을 흡수해주는 ‘항문쿠션조직’이 항문 밖으로 밀려나와 통증과 출혈을 유발한다. ‘3대 항문질환’의 60%를 차지해 보통 치질하면 치핵을 의미한다. 모든 연령대에서 남성 환자의 비율이 높지만 20대에선 임신·다이어트 등의 이유로 여성 환자가 더 많은 편이다. 항문선 안쪽과 항문 바깥쪽 피부 사이에 구멍이 생겨 분비물이 누출되는 치루는 남녀간 발생률 격차가 더 크다.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평균 3~4배 많으며 전체 치루 환자의 84% 가량이 남성이다.

반면 치열은 여성 환자가 2배 정도 많은 게 특징이다. 이 질환은 항문 입구부터 항문 안쪽 치상선에 이르는 항문관 부위가 찢어져 배변시 날카롭고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배변 후 항문을 휴지로 닦을 때 선홍색 피가 휴지에 묻고 항문관피부 궤양, 피부꼬리(항문입구 피부가 늘어진 것), 비후유두 등이 관찰된다.

여성에서 치열 발병률이 높은 가장 큰 원인은 변비다. 양형규 서울양병원 원장은 “여성 성호르몬인 황체호르몬(프로게스테론)은 장운동을 저하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이로 인해 변비가 생기면 딱딱하고 마른 대변이 연한 조직으로 구성된 항문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괄약근이 충분히 이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힘을 주면 항문이 찢어지기도 한다. 이런 상처가 오래되고 반복되면 상처에 염증이 생기고 괄약근 섬유화가 진행된다. 이럴 경우 배변 시 충분히 벌어져야 할 항문과 괄약근의 탄력성이 떨어져 충분히 이완되지 않고 항문이 좁아진다. 결국 좁아진 항문 탓에 변을 볼 때마다 상처가 생기고, 통증과 출혈에 대한 두려움 탓에 변비가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급성 치열은 변 완화제 복용, 연고 도포, 섬유질 많은 음식물 섭취, 온수좌욕 등 보존적 방법으로도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질환을 장기간 방치해 같은 부위가 반복적으로 찢어지고 내괄약근에 궤양이 생긴 만성치열의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법은 크게 피부판이식술과 내항문괄약근 측방절개술을 실시한다. 피부판이식술은 마취 후 항문을 넓히고 궤양으로 악화된 상처를 절제한 뒤 정상 항문 피부판을 이식한다. 내항문괄약근 측방절개술은 항문상피를 좁게 절개하고 내항문괄약근만 들어올린 뒤 부분적으로 절제해 항문을 넓혀주는 방식이다. 항문이 확장되고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찢어진 부위가 빨리 아물게 된다.

임신 여성은 치열 외에 치핵 위험도 높은 편이다. 임신하면 자궁이 커지면서 직장·항문을 압박해 밖으로 빠져나가게 만든다. 또 자궁이 커져 심장으로 가는 정맥을 누르면 항문 주위에서 혈액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되고, 이같은 울혈 상태는 치핵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높인다. 20~30대 여성은 무리한 다이어트가 치핵과 치열을 유발할 수 있다. 다이어트를 이유로 식사량을 과도하게 줄이면 대변의 양이 줄고 딱딱해져 변비가 생기기 쉽다.

양형규 원장은 “변의가 있을 땐 참지 말고 규칙적으로 변을 보고, 변이 부드러워지도록 인스턴트 음식은 피하고 섬유질이 풍부한 야채·과일·해조류 섭취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형규 서울양병원 원장이 치열 환자의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서울양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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