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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유력인사들의 청탁을 받고 10여명을 부정하게 채용한 혐의를 받는 KAI 이모 경영지원본부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같은 법원의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민간인 여론조작팀(외곽팀) 팀장 역할을 한 양지회 (국정원 퇴직자 모임) 전 기획실장 노모씨와 현직간부 박모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외곽팀을 상대로 한 첫 영장청구였다.
KAI 전·현직 임원 구속영장 잇따라 기각
앞서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이용일)는 2015년부터 최근까지 외부인사 청탁을 받고 서류조작 등 방식으로 불합격 대상자 10여명을 채용시킨 혐의(업무방해 및 뇌물공여)로 이 본부장의 영장을 청구했다. 부당 채용을 의심받는 직원으로는 최모 전 공군참모총장의 공관병과 KAI 본사가 있는 사천시 고위 공직자의 아들, 방송사 간부의 조카 등이 포함됐다. 이 방송사 간부는 유력 야당 정치인의 친동생이다.
권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본건 혐의에 따른 이씨의 죄책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구속을 하기에는 검찰의 범죄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권 부장판사는 또 “기본적인 증거자료가 수집돼 있고 주거가 일정하다”며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등 피의자 구속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검찰 측은 법원이 이 본부장이 인사업무 총괄자로서 책임이 무겁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검찰 측은 “이 사안은 노골적인 취업비리”라며 “2015년 군검찰 수사로 문제를 적발한 이후에도 8명을 부정채용했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영장기각 소식이 이날 오전 2시 25분쯤 알려지자 검찰은 불과 약 1시간 뒤에 이러한 내용의 메시지를 기자단에 전달했다.
검찰은 지난 7월부터 KAI 수사에 나섰지만 전·현직 임원들의 신병확보에 잇따라 실패했다. 지난달 4일 협력업체에서 뒷돈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는 전 생산본부장 윤모(59)씨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이날 현직인 이 본부장의 영장도 기각됐다.
특히 검찰의 대대적 수사에도 대규모 원가 부풀리기와 조직직 분식회계 등 핵심의혹 규명에는 아직 가시적 성과가 없다. 이 때문에 채용비리 등 본류에서 벗어난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채용비리도 경영비리에 해당하는 만큼 수사가 본류를 벗어났다는 지적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 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향후 하성용 전 사장 소환조사 등 관련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가뜩이나 더디게 진행되는 수사에 차질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동력 약화 우려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의 경우 그동안 속도감 있게 진행됐지만 이번 영장 기각으로 동력이 꺾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 부장판사는 노씨와 박씨의 영장기각 사유로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면서도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 내용을 인정하지만 구속 수사는 자제하라는 취지로 읽힌다. 검찰 측은 이에 대해 “이 사안은 노골적인 사이버 대선개입과 정치관여”라며 “수사가 진행되자 관련 증거를 은닉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지난달 국정원 적폐청산 TF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은 1차 30명의 외곽팀장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노씨와 박씨의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내부에선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 등을 한 결과 노씨와 박씨의 구속을 자신하고 있던 입장이라 영장 기각에 당혹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와 별개로 국정원의 2차 수사의뢰자인 18명의 외곽팀장들에 대한 신원확인 작업과 함께 외곽팀의 온라인 글 분석 등 관련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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