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원화 약세가 최근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전자, 자동차 등 증시를 대표하는 주요 수출기업들에게는 긍정적이지만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시각이 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28일 오전 현재 달러-원 환율은 1170원을 넘어섰다. 전날 오전 한때에도 1170원을 돌파했는데 1170선을 넘은 것은 3년여 만에 처음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시화, 중국의 경기 둔화 및 우리나라 경기 체질에 대한 우려가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원화는 지난 한 달 동안 달러대비 5.1% 평가절하됐다.
일단 수출주들은 환호하고 있다. 이날 오전 현재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 현대모비스(012330) 등 현대차 3인방은 전날의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종목은 극심한 약세를 보이다가 최근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증가 기대감에 랠리를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도 이틀째 오름세다.
그러나 외국인 주식 매도세가 심상찮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 6월8일 이후 국내 증시에서 3조9000억원을 순매도했다. 대형주는 외국인의 매매 비중이 크기 때문에 보험, 통신, 가스 같은 업종의 경우 이에 따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환보유고나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원화 약세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그간 원화 강세폭이 너무 컸기 때문에 좀더 약세로 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 외국인의 자금 이탈도 아직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실장은 “지금 환율로는 수출경쟁력 회복을 기대할 수 없으니 (원·달러 환율이) 좀 더 오르는 게 낫다”며 “원·달러 환율만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통화도 중요하다. 세계 24개 통화의 평균이 달러대비 약세폭이 19%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는 약 15% 가량 더 약해지는 게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실제로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고점대비 약 7조4000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채권 자금 감소는 대부분 만기도래 물량”이라며 “장기채 투자자까지 매도로 돌아선다면 본격적인 외국인의 자금이탈을 걱정해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통상적인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즉 원화 약세를 수출 업종 중심의 성장을 이루고 증시의 체질을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분석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고환율 상황에 진입한 뒤 환율 변동성이 축소되고 점진적으로 하락 국면으로 접어드는 시점이 증시에 가장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경기 펀더멘털 개선과 더불어 외국인들 입장에서의 투자 메리트가 확대되는 국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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