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대박’과 ‘쪽박’의 차이는 종이 한장 차이다.
경기불황 속에서도 잘되는 집은 항상 손님이 북적이고, 경기호황 속에서도 안되는 집은 파리를 날리기 마련이다.
올해는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여전히 굳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는 쉽지 않다. ‘되는 집’이 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남들이 모르는’, 하지만 ‘분명한 수요가 있는’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해진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경쟁이 없는 시장의 새로운 소비자를 의미하는 ‘블루슈머’(Bluesumer, 블루오션과 소비자의 합성어)를 찾아내는 것은 포화 상태의 정글같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지름길 역할을 해준다.
통계청은 27일 지난 몇 년간 발표된 각 분야의 국가통계를 분석해 불황 속에 기업과 마케터, 정부가 주목할 만한 ‘통계로 찾은 2014 블루슈머’를 선정했다.
◇과거 지우개족 = 인터넷은 이제 우리 생활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우리는 길을 걸으면서도 손쉽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개인정보는 이제 더이상 개인정보가 아닌 ‘공공정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보안 문제는 심각하다.
따라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라도 휘발성 SNS의 인기가 상당해질 전망이다. 미국 ‘스냅챗(Snapchat)’은 10초가 지나면 받은 사진이나 글이 자동적으로 삭제된다. 국내 포털사이트 ‘다음’의 ‘5초 메시지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사망한 고인들의 인터넷 흔적들을 지워주거나 관리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온라인 상조회사인 미국의 ‘라이프인슈어드닷컴’은 가입한 회원이 사망하면 인터넷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사전에 작성한 유언을 확인한 후 고인 ‘흔적 지우기’에 들어간다.
국내에도 고인의 인터넷 계정, 접속기록, 콘텐츠 등을 삭제해주는 ‘디지털 장례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설정한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가 자동으로 소멸되는 ‘디지털 소멸 시스템(Digital Aging System)’ 이라 지칭된 특허가 출원돼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오래된 게시글을 관리해 주는 ‘디지털세탁소’ 역시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할 사업 분야 중 하나다.
◇스몰 웨딩족 = ‘웨딩푸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결혼과 관련된 비용의 거품이 커질만큼 커진 시대다. 이에 반대급부로 결혼비용의 거품을 빼고 실속은 높인 웨딩문화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작은 웨딩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도 등장했으며,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통칭, 스드메)을 묶은 합리적인 가격의 패키지 상품도 예비부부들에게 인기다.
대부분 작은 규모의 신혼집을 마련하는 신혼부부의 특성을 고려, 작은 집을 개조하는 신혼집 인테리어업도 유망한 사업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접으면 공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폴딩베드(Folding Bed)와 벽걸이 세탁기 등 공간 절약형 가구, 가전제품도 인기 아이템이다.
◇꽃보다 누나 =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루비족(Ruby)’ 또는 ‘골드퀸(Gold Queen)’으로 불리는 4050여성들도 주목해야 한다.
패션업체에서는 기존의 아줌마 패션이 아닌 4050 여성 전용 브랜드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고자 하는 4050 여성을 겨냥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갱년기 증상 완화 제품이 큰 인기다.
한약재를 끓여서 수증기를 쏘이는 좌훈요법을 즐길 수 있는 좌훈 카페는 물론, 오전 시간이 자유로운 중년 여성을 위해 12시 이전에 방문하면 음식 값을 할인해주는 음식점들도 늘고 있다.
◇견우와 직녀 = 결혼을 했지만 배우자와 떨어져 사는 이른바 ‘기러기 가구’는 115만 가구로, 전체 결혼 가구의 10%에 이른다. 올해는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주말부부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은 생활비가 이중으로 들기 때문에 아파트등 큰 주거공간 대신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얻어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최근 이삿짐이 필요 없이 모든 생활가전 가구가 구비된 소형 주거형태인 ‘코쿤 하우스(Cocoon House)’가 주목을 받고 있다.
가사에 서툰 혼자 사는 남편들의 부담을 덜어줄 생활가전도 인기다. 혼자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남편을 위해 국과 반찬을 배달해주는 사업도 성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은 마음껏 놀고, 엄마 아빠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펜션 여행 상품 등도 유망 사업 아이템 중 하나다.
떨어져 있는 가족들의 일상,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수시로 보고 싶어하는 홀로 생활하는 이들에게는 와이파이(Wi-fi) 기능이 탑재되어 사진을 무선으로 전송받을 수 있는 디지털 액자, 홈 CCTV 등의 감성형 가전 제품도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반려족 =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국내에서 1000만명을 넘어섰다. 관련시장 규모도 4~5조원대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용품과 서비스는 점점 더 차별화, 고급화되고 있다. 고급 유기농 간식과 수제 특화 간식은 물론 건강식품도 등장했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염려하는 친환경 목재가구와 애완견 전용 고급 유모차도 수입돼 판매 중이다.
반려동물 사망 후 장례를 치러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수의를 장만하고 염습을 거쳐 화장, 납골당 안치 등 사람 못지않게 엄숙한 절차로 진행되는 서비스다. 자격증을 갖춘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인기 직종 중 하나로 부상 중인 이유다.
홀로 애완견을 기르는 사람들을 겨냥한 TV도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미국, 이스라엘에 이어 전 세계 세 번째로 Dog TV가 올해 2월부터 서비스된다.
개와 고양이에만 국한되어 있던 반려동물 대열에 최근에는 이구아나, 뱀, 오리 토끼, 거북이 열대어 등 희귀동물까지 합류하면서 까다로운 반려동물 수입검역과정과 동물 학대방지 및 사후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가능한 반려동물 관리사도 유망 직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배려소비자 = ‘죄책감을 덜 느끼는’ 소비도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생활에서도 윤리적 소비행동을 하고 있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공익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리활동을 하는 사회적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을 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적기업의 마케팅 및 홍보를 돕는 사회적기업도 등장했으며, 대기업의 지원 및 연계 마케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마을기업에서도 성공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