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8일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3.4% 늘어난 154조 630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무려 58.3% 증가한 17조 2965억원이다. 모두 연간 사상 최고치로, 지난 7일 발표한 '2010년 잠정실적'인 매출 153조 7600억원, 영업이익 17조 2800억원을 다소 상회하는 실적이다.
이로써 매출액의 경우 지난 2008년 이후 3년 연속 100조원 이상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도 2004년 기록(11조7600억원)을 큰 폭으로 경신하며 2년 연속으로 10조원대를 달성했다.
특히 매출액은 지난 2004년 82조원을 기록한 이후 불과 6년만에 2배 가까운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41조 8710억원으로 전기 대비 4.0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의 경우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업황 둔화 등의 영향으로 전기 대비 38.07% 급감한 3조120억원을 기록했다.
◇ 이쪽이 힘들면 저쪽이 받쳐주는 '포트폴리오의 힘'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배경에는 절묘한 '제품 포트폴리오'가 자리잡고 있다. 완제품 사업 부문이 부진하면 부품 사업쪽이 받쳐주고, 부품이 부진하면 완제품이 밀어주는 식이다. 한 제품군 내에서도 이같은 포트폴리오의 힘이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로만 10조원 이상을 벌었다. 반도체는 시황 호조에 힘입어 전년 대비 매출은 40% 늘어난 37조 6400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391% 늘어난 10조 11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D램 가격이 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상반기에는 나머지 사업 부문들의 부진을 반도체가 상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하반기 들어 D램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었으나 낸드플래시는 모바일 기기의 수요 확대에 따라 안정적인 시황을 나타내며 D램 부문의 부진을 다소 만회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는 D램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와 미세 공정 도입으로 이익이 증가했다"며 "LCD 부문도 시황 악화 속에도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반도체 사업 부문 실적 증가세가 주춤해지자 이를 대신한 것은 휴대폰 사업 부문이다. 2010년 통신 부문은 매출 41조200억원,영업이익 4조3000억원을 달성하며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10.4%)을 기록했다.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중에서 처음으로 1000만대를 돌파했고 지난해 10월 출시한 '갤럭시탭'은 150만대가 판매되며 통신 부문 호실적을 이끌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분기 최고치인 매출 12조 1100억원, 영업이익 1조 4400억원을 달성한 가운데 휴대폰 판매도 분기 최대인 8070만대를 판매했다.
디지털 미디어 부문은 전년보다 12% 성장한 매출 57조 2600억원과 영업이익 4900억원을 달성했지만 반도체와 휴대폰 사업 부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특히 4분기에는 계절적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 심화와 계절적인 마케팅 비용 증가, 생활가전 손익 악화 등으로 17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TV사업 부문의 경우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와 가격 경쟁으로 가격 하락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LED, 3D, 스마트 TV 등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를 확대하여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고 성장하는 신흥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보급형 모델 판매 확대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뿌린 만큼 거두겠다"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지난해보다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D램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세로 일본, 대만 등의 경쟁업체들이 실적 부진 속에 올해 투자액을 대폭 줄이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대만 D램 반도체 업체인 난야는 지난해 4분기 영업 적자가 3억달러(약 3300억원)로 이익률이 -74%라고 밝혔다. 100원어치 팔아도 오히려 74원 밑지는 장사를 했다는 얘기다. 또다른 대만 업체 이노테라의 영업이익률은 -51%. 이들 업체는 올해 1분기에도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 업체는 적자를 면치 못하자 올해 투자액도 지난해보다 40% 이상 줄이기로 했다.
반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PC용 D램 대신 모바일 D램이나 낸드플래시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은 투자가 늦어질 경우 기술력도 떨어지면서 원가경쟁력을 잃기 마련. 따라서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에 현재 1년 이상 뒤떨어진 대만 업체들의 기술력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업체들은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며 "D램 가격이 이달말부터 바닥을 찍고 오름세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더 많은 이익을 낼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올해 휴대폰 사업도 지난해보다 전망이 더 밝다. 한때 애플 아이폰에 밀렸던 스마트폰 부문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이를 바탕으로 신제품 라인업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의 후속모델이 오는 2월말 공개되는 것을 시작으로 보급형에서 프리미엄형 제품까지 다양하게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4세대 통신인 LTE 기반의 스마트폰도 선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60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태블릿 PC 역시 다양한 제품 라인업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TV의 경우 삼성전자는 스마트 TV 판매 목표를 1200만대로, 3D TV도 작년보다 5배 이상 많은 1000만대로 잡았다.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올해에는 더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뿌린 만큼 거두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12조 7000억원, LCD 4조 6000억원 등 당초 계획보다 다소 늘어난 총 21조 6000억원의 시설 투자를 실시했다. 올해에도 반도체 10조 3000억원(메모리 5.8조원, 시스템 LSI 4.2조원 등), LCD 4조1000억원 등 총 23조원을 투자해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 기회를 선점해 나갈 예정이다.
삼성전자 IR팀장은 "올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와 삼성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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