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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리치)부자들은 미술 시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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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소현 기자I 2007.05.17 14:32:23

현대미술 경매 사상 최고가 경신..673억원에 낙찰
글로벌 유동성 넘쳐..헤지펀드 미술품에 투자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15일 뉴욕 소더비 경매소. 20세기 영국의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인 `이노센트 X의 습작(Study from Innocent X)`이 5270만달러에 낙찰되면서 현대미술 사상 최고가 작품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이 기록은 10분만에 깨졌다. 바로 이어서 진행된 미국의 대표적인 추상화가 마크 로스코의 추상화 `화이트 센터`가 7280만달러에 팔렸기 때문.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작품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 이전 최고 기록인 윌렘 드 쿠닝의 `무제 XXV`의 2710만달러에 비해 세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작년 11월 기록이 6개월만에 깨진 것이다.

미술품 경매시장이 뜨겁다. 글로벌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는 가운데 미술품이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부각되면서 돈을 싸들고 경매소를 찾는 `큰손`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숨쉴새 없이 올라가는 입찰가격

       마크 로스코 作 `화이트 센터`

로스코 작품 경매가 있었던 날, 경매장에는 의류업체 설립자로 유명한 캘빈 클라인을 비롯해 호텔 개발업자인 이안 아인슈레거, 전 소더비 회장인 알프레드 토브맨 등 700명의 거물급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난 1960년 로스코의 작품을 1만달러에 매입해 소장하고 있었던 데이비드 록펠러도 판매자석에 앉아 숨죽이고 경매를 지켜봤다.

전화로 입찰에 참여한 5명 사이에서 경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입찰가는 예상가였던 4000달러를 넘어섰는데도 멈출줄을 몰랐다. 결국 7280달러에서 멈춘 것. 최근 원화 환율로 환산하면 673억원이다.

록펠러는 "이 작품을 판 금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이라며 "팔기가 무척 아쉽지만 기부할 수 있게 되서 기쁘다"고 말했다.

바로 직전 베이컨의 `이노센트 X의 습작`도 예상가인 3000만달러보다 훨씬 높은 5270만달러에 낙찰됐다.
 
             앤디 워홀 作 그린 카 크래시



하루 뒤인 16일 런던 크리스티 경매소에서는 앤디 워홀의 1963년 작품 `그린 카 크래시`가 7170만달러에 낙찰됐다. 예상가였던 2500만~35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는 지난 1978년 크리스티 경매소에서 3만6000파운드(6만9000달러)에 판매됐었던 작품이다.

앤디 워홀의 작품 가운데 가장 비싼 가격에 팔렸던 것은 1972년 작품인 마오쩌둥의 초상화로 1740만달러를 받았다.

지난 한 주동안 뉴욕의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소에서 판매된 인상주의와 현대미술 작품 규모는 6억1970만달러 규모다.
 
사상 최고가 기록이 세워졌던 16일 하루동안 소더비에서 낙찰된 미술품 가격만 2억5480만달러로 하루밤 기록으로는 사상 최대를 보였다. 이날 74개 작품이 경매에 부쳐졌고 입찰이 없어 실패한 작품은 단 9개에 불과했다.

◇`소장`에 `투자` 개념까지..헤지펀드 뛰어들었다

이처럼 경매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으로 자금조달이 쉬워진데다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큰 돈을 번 투자자들이 미술품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품은 주식이나 채권처럼 적정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없고, 소장가치가 있기 때문에 대안투자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헤지펀드나 부동산으로 수십억달러를 번 미국인을 비롯해 아시아와 러시아인, 유럽인들이 적극 뛰어들고 있다고 ABC뉴스는 전했다. 달러화 약세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크리스티 경매소
헤지펀드 자체가 미술품 시장에서 새로운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헤지펀드 업계 소식지인 알파는 상위 25개의 헤지펀드가 작년 미술품에 투자한 금액은 140억달러 규모일 것으로 추정했다.

크리스티의 전후 미술품 담당 헤드인 브렛 고비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상당한 상태"라며 "어떤 입찰 경쟁에서도 이길수 있을 만큼 자금조달 능력을 갖춘 새로운 수집가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만 해도 최고의 작품인데도 가격은 그저 그랬다"며 "경매소 조차도 입찰 작품에 대해 낮게 평가했었다"고 회상했다.

미술품 시장이 과열됐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뉴욕에 위치한 스페론 웨스트워터 갤러리의 안젤라 웨스트워터는 "로스코의 작품이 좋긴 하지만 시장이 이성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술품에는 투자에 소장 의미까지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뉴 현대예술 뮤지엄의 앨런 스와츠먼 큐레이터는 "현대 미술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은 가격을 걱정하기 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작품을 사려 한다"며 "가격이 높다고 느끼면서도 두배, 네배, 10배에 팔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말 그들이 특정 작품을 원한다면 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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