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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aily리포트)축구와 부동산의 공통점

이진철 기자I 2004.12.03 16:07:22
[edaily 이진철기자] 요즘 우리나라 국민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를 꼽으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아마도 처음 만나 서먹한 관계라도 ´축구´나 ´부동산´ 얘기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루어질 겁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 두가지 주제에 대해선 나름대로 많은 추억이나 철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부 이진철 기자가 ´축구´와 ´부동산´의 공통점과 다른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얼마전 주택관련 세미나에서 한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는 "축구와 부동산은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자신있게 한마디씩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 얘기를 듣고 보니 축구와 부동산은 정말로 공통점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2002년 월드컵 개최이후 축구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스포츠종목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과거 월드컵경기에 참가할 때마다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2002년 월드컵에서는 히딩크라는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힙입어 4강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이 때문인지 국가대표팀 경기가 있는 경기장에는 언제나 열정적인 붉은악마라는 응원단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부동산은 어떨까요. IMF외환위기로 부동산값이 폭락했지만 정부의 세금감면 등 각종 부양책과 저금리 등에 힙입어 2000년부터 집값이 오르기 시작해 이때 부동산을 구입한 사람들이 짭짤한 수익을 거뒀습니다. 이제 부동산은 국민 전체의 재테크 수단중 가장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요즘도 괜찮다고 하는 신규 아파트분양 모델하우스에서 소위 ´떴다방´이라고 하는 이동식중개업소를 보는 것은 전혀 낯선 모습이 아닙니다. 축구와 부동산의 인기는 ´안정환´이라는 선수와 ´강남´이라는 각각의 스타도 배출했습니다. 요즘 축구와 부동산 모두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2006 월드컵 지역예선에 최종 진출은 했지만 축구실력이 지난 월드컵만큼 못하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요즘 부동산을 구입한 사람들도 최근 정부규제 때문인지 기대만큼의 수익을 가져다 주지 못해 실망이 크다고 합니다. 그런데 축구와 부동산의 공통점을 찾다보니 반대로 다른점도 많은 것 같습니다. 축구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야구나 농구보다 더 진짜 좋아하는지 겉은로만 좋아하는지 굳이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부동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실수요와 가수요로 나눠집니다. 어떤 경제학자는 주택시장에서 가수요와 실수요를 나누는 것은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합니다. 어차피 자기가 구입한 집값이 오르길 바라는 마음은 실수요나 가수요 모두 마찬가지이기 때문일까요. 그래서인지 축구는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골을 넣고 이기면 모든 국민들이 좋아하지만 부동산은 무조건 가격이 오르거나 내린다고 해서 모든 국민들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축구에서는 안정환 선수의 기량이 뛰어나게 발전하거나 아니면 슬럼프에 빠졌다고 해서 다른 선수들에게 안정환 선수만큼의 기량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한마디로 실력이나 당당한 경쟁을 통해 개인 선수자질이 뛰어나면 국가대표로 선발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부동산은 입지나 경쟁력이 우수한 지역의 집값이 오를 것을 우려해서 다른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을 배려하는 양상입니다. 강남에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 있는데 집값이 오를 것을 우려해 시장의 논리를 무시하고 전체에 대해 인위적인 수요억제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내년부터 종합부동산세를 비롯, 집값 안정을 위해 지난해 내놓은 10.29부동산대책의 세부내용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입니다. 이에 대해 시행유보를 주장하는 입장과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책들이 일시적으로 집값에 영향이 미치는데 멈추지않고 앞으로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축구는 성적이 부진하면 감독이 책임이 지고 사퇴합니다. 그런데 부동산은 정부가 정책을 잘못하더라도 책임을 질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그 결과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됩니다. 축구를 좋아해야 한다고 정부가 강요할 수 없는 것처럼 국민들이 부동산을 사든 팔든 시장자율 기능이 전제된 상태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하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인 부동산정책의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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