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은 콜레스테롤에 의해 혈관이 좁아지고 막히는 죽상경화증이다. LDL은 콜레스테롤을 싣고 혈관내막에 침투해 플라크와 혈전을 만들어 죽상경화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이와 반대로 혈관내막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몸밖으로 유출 및 운반하는 HDL은 죽상경화증의 예방과 치료에 중요한 열쇠로 작용한다. HDL콜레스테롤 수치는 성별, 나이, 흡연여부, 혈압 등과 함께 10년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평가하는 항목 중 하나이다.
심혈관질환 예방인자로서 HDL에 관한 연구의 세계적 흐름은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것에서 HDL의 기능을 높이는 것으로 방향이 전환되고 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최근의 HDL연구는 감염이나 자가면역질환, 당뇨, 암, 염증에 의한 질병들에 관련된 분야에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UT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예방심장학 전문의 로하티(Anand Rohatgi) 교수는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을 예측하거나 예방하기 위해서는 HDL의 다양한 기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HDL의 기능이 좋아야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아져.
HDL은 혈관 내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되돌려 보내는 역수송을 담당하는 운반체로 형태에 따라 HDL2와 HDL3로 나뉘며, 입자의 크기(7.4nm-13.5nm)에 따라서도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능력이 달라지는 등 HDL은 크기는 작지만 매우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HDL은 LDL과 달리 많은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는데, LDL의 세포내 단백질의 총합은 22개인데 비해 HDL은 251개로 매우 많다. HDL은 많은 단백질과 함께 다양한 항산화효소들까지 갖고 있어 콜레스테롤의 역수송뿐만 아니라, 함염증, 항감염, 항당화, 항혈전 등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며,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HDL의 기능과 관련된 대표적인 지표로는 HDL-P(HDL입자의 농도)와 콜레스테롤 유출능력(CEC, Cholesterol Efflux Capacity), 항염증능력(anti-inflammatory capacity)등이 있다. 1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HDL-P와 HDL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4그룹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HDL콜레스테롤 수치와 HDL-P가 가장 높은 그룹의 경우 가장 낮은 그룹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각각 21%와 36%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HDL의 기능(HDL-P)을 높이는 것이 단순히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것보다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더효과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HDL의 콜레스테롤 유출능력은 혈관건강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지표로, HDL이 혈관내막이나 거품세포에서 콜레스테롤을 얼마나 잘 제거하는가를 보여준다. 실제로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HDL의 콜레스테롤 유출능력이 크면 관상동맥질환을 적게는 36%에서 많게는 76%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결과들이 확인된 바 있으며, 관상동맥석회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HDL의 콜레스테롤 유출능력이 평균보다 높은 사람들의 경우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60%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HDL의 항염증능력에 따라서 심혈관질환의 발병률도 달라지는데, 심혈관질환자 340명과 대조군 340명을 대상으로 10년에 걸쳐 분석했을 때 HDL의 항염증능력이 1표준편차(1SD=22.2%) 높아지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26%씩 낮아졌다.
◇ HDL의 당뇨병 및 고혈압 예방기능
HDL은 심혈관질환의 선행질환인 당뇨병과 고혈압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HDL은 인슐린의 분비를 돕고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 혈당이 잘 조절되도록 하고, 포도당이 골격근으로 흡수되는 것을 도와 혈당을 낮춘다. 골격근은 우리 몸에서 혈당과 지방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으로, 더 많은 포도당이 흡수되고 에너지원으로 사용될수록 혈당도 낮아진다. HDL의 기능을 높이는 CETP억제제들의 경우, 당뇨 발병률을 16%정도 낮추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고혈압 발병률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들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HDL은 혈관 내막에서 콜레스테롤을 배출시켜 혈관을 넓고 탄력있게 유지해줄뿐만 아니라, 산화스트레스 감소, 혈관 내피세포 손상 복구, 혈관장벽 기능 향상, 접착분자 발현억제, 혈관 내피세포 사멸 억제, 혈관탄력성 강화 등의 다양한 역할을 통해 고혈압을 예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