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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손해보험은 B사와 국내 근로자 재해보상책임보험을 체결했고, B사는 C사와 E신축공사 현장에 배전반을 제작·운반·설치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인력용역회사를 운영하는 D사는 C사로부터 배전반 운반에 대한 인력제공을 의뢰받고 A씨를 공사현장에 투입했다.
A씨는 2014년 2월 공사현장에 배전반(가로 1.2m, 세로 2.2m, 무게 800㎏ 가량)을 약 20㎝ 높이의 베이스 위에 옮기기 위해 유압잭을 이용해 배전반 한쪽을 들어 올려 나무토막을 받쳤다. 이후 반대쪽 배전반을 유압잭으로 들어 올리는 작업을 하던 순간, 배전반이 중심을 잃고 A씨쪽으로 전도돼 A씨를 덮치게 됐고, 이로 인해 A씨는 하반신 마비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씨 측은 B사의 하청업체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B사의 보험사에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험사 측은 이 사건 계약은 도급계약이 아닌 자재납품계약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가 B사의 하청업체 근로자가 아니므로 이 사건 사고는 보험계약(공동피보험자 원청, 하청업체)에서 보상하는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1심에서는 원고가 일부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자재납품계약인 사실은 인정되지만, B사는 C사와 배전반 제작과 공급뿐 아니라 운반과 설치, 시운전까지 계약목적 범위에 포함했다”며 “자재납품계약에 불과하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D사는 인력의 공급만 담당했을 뿐 C사의 작업요청이나 작업지침에 따라 수행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는 보험계약에 따라 피보험자인 하청업체의 근로자인 A씨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는 A씨가 하청업체인 C사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판결했다. A씨는 재하청업체 근로자로 이 사건 근로자재해보상책임보험계약상 담보대상이 되는 피보험자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근로자재해보상책임보험계약상 피보험자와 관련한 보험증권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D사는 B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 하청업체는 아니지만,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당시부터 보험계약상 담보사업에 속하는 배전반 제작·운반·설치 작업의 상당 부분인 운반·설치 작업이 B사의 요구에 따라 D사가 담당하기로 예정돼 있었다”며 “그에 따라 실제로 D사가 해당 작업을 수행했으므로, 배전반 운반·설치 작업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담보사업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참가인 D사와 그 근로자인 A씨는 각 수행한 작업의 내용, 실질적 지위, 재해의 위험을 인수하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목적과 취지에 비춰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공동피보험자 및 담보대상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