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는 1927년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본명은 요제프 알로이지우스 라칭거로, 추기경 시절 ‘라칭거 추기경’으로 불렸다. 다섯 살 무렵 뮌헨 대교구 추기경의 붉은 의복을 보고 성직자의 꿈을 갖게 된 그는 1945년 형과 함께 트라운스타인 성 미카엘 신학교에 입학, 1951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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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는 1415년 그레고리우스 12세 이후 598년 만에 종신직인 교황직에서 자진 사임한 두 번째 교황이다. 선출 때부터 78세라는 많은 나이로 건강 관련 우려가 끊이지 않았던 그는 교황 즉위 전 심장발작을 두 차례나 겪었고 고혈압과 퇴행성 관절염 등 지병도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2월 “건강상의 이유로 더 이상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며 교황직을 내려놓은 베네딕토 16세는 ‘명예 교황’ ‘로마 명예 주교’ 호칭을 받았다. 이후 그는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바티칸의 한 수도원에서 지냈다.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으로 재임한 8년 동안 가톨릭의 정통 교리를 지키는데 앞장섰다. ‘20세기 최고의 신학자’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보수 이론가로 명성을 얻었다. 재임 기간에는 현대사회의 세속주의와 무신론, 소비 만능주의 등에 맞서 싸웠다. 사제의 결혼이나 여성 사제 서품, 개신교와 합동 미사 등 종교 다원주의, 낙태와 동성애, 이혼, 인간복제 등에도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혀왔다.
이슬람이 본질적으로 폭력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무슬림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산 그는 2012년 집사인 파올로 가브리엘레가 성직자들의 뇌물 비리 등을 담은 기밀문서를 언론에 폭로해 권위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퇴임 후에는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을 다룬 ‘두 교황’이란 영화가 제작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에는 영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의 연극이 국내 무대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그는 교황 재임 중 한국의 이산가족 문제 등 한반도 평화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2006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모든 당사자의 노력을 존중하는 가운데 평화로운 수단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이듬해인 2007년 “이산가족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는 내용의 친서를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5일 예정된 베네딕토 16세의 장례 미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다. 바티칸 교황청은 2일부터 베네딕토 16세의 시신을 성 베드로 대성당에 안치, 일반 신자들이 조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명동대성당은 1일 베네딕토 16세를 기리는 분향소를 설치했다. 각지 성당에서도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인 가운데 주한 교황대사관은 2일 공식 분향소를 설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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