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를 찾은 청소년들은 그동안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자신을 반성하면서도 우리 사회를 걱정하며 고민 끝에 한 표를 던졌다고 첫 투표 소감을 밝혔다. 한 청소년 단체는 선거일을 맞아 청소년 참정권을 확대해달라며 전국 각지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이번 총선부터 만 18세 유권자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와 정당에 한 표씩 던질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됐다. 지난해 12월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2001년 4월 17일부터 2002년 4월 16일 사이에 태어난 54만8986명이 투표권을 얻게 됐으며, 이중 고교생 유권자는 14만3000여명에 이른다.
15일 서울 시내 투표소 곳곳에서도 생애 첫 투표를 하게 된 새내기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부모님 또는 친구들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만 18세 유권자들은 첫 투표에 설레는 한편 긴장된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투표소가 마련된 서울 용산구 성심여중·고 체육관 앞에서 만난 고등학교 3학년 문유진양은 “첫 투표를 하고 보니 새로운 마음이 들고 한 표를 행사한다는 의미를 알게 된 거 같다”며 “빈부격차를 줄여 다 같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투표에 임했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투표소에 온 김건우군도 “투표는 당연히 시민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선거 공보물도 보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도 들어본 뒤 주관적으로 판단해 투표했다”고 밝혔다. 김군은 이어 “청소년들도 투표에 참여하는 만큼 청소년들의 목소리도 정책에 많이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그러나 이날 만난 일부 고교생 유권자는 학교에서의 선거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월 “관련 교과·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선거교육 교수·학습자료를 개발해 고등학교의 선거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관련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양은 “정당별 공약이 안내된 종이는 받았지만, 학교 선거교육은 아쉬웠다”며 “학생들이 공부하느라 정치를 잘 모르는 만큼 학교에선 공약을 상세하게 안내해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서울 양천구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유모군은 “정치를 잘 모르지만, 부모님께서 투표하라고 해서 왔다”며 “학교에서 선거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정치를 모르는 학생들에게 영상만 보여 주는 학교의 선거교육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모군은 “학교에서 선거교육이라고 한 건 후보나 정당별 공약 종이를 나눠주고, 영상을 보여준 게 전부였다”며 “학생 대부분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의 줄임말)인데, 자습하는 식으로 교육을 진행하면 누가 관심 있겠느냐”라고 토로했다.
|
한편 정당 가입·활동, 선거운동 활동 등 청소년들의 참정권을 점차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투표날에도 이어졌다. 청소년 단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15일 ‘만 18세 선거권은 청소년 참정권 보장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서울·부산·광주 등 전국 각지 투표소 100여곳에서 시위를 열었다.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아트홀에 설치된 투표소 앞에서 시위를 개최한 활동가 ‘치이즈’(활동명·22)씨는 “만 18세는 청소년 중에서도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청소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데 부족함이 많다”면서 “정당 가입·활동 등 일상에서의 정치를 청소년들도 연령 제한 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는 또 “교실의 정치를 우려하지만, 오히려 청소년들이 학교 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없어 학교 폭력에 계속 노출되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를 정치적으로 알려야 하는데, 정치적 의견 표시를 교칙으로 막고 있는 학교가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단체는 △나이에 의한 선거권·피선거권 제한 폐지 △정치 참여를 처벌하는 법·교칙 폐지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