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edaily초대석)권혁운 동서산업 회장

윤진섭 기자I 2008.04.21 15:03:46

동서산업 인수, 베트남·러시아 동반진출 검토
토목 및 BLT,PF 등 수익성 높은 사업 적극추진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권혁운 회장(58)은 지난 2월 1370억원에 상장기업인 동서산업(010780)을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권 회장은 동서산업 인수배경에 대해, 과거 신동양건설 부사장으로 재직할 때 회사가 부도나면서 겪은 경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권혁운 동서산업회장


"80년 대 중반 경남지역 1위 건설사였던 신동양건설 부사장으로 재직할 때 회사가 부도 나는 바람에 연대보증인으로 청산작업에 휩싸인 적이 있습니다. 청산을 마무리 짓고 나니 아무것도 남는 게 없더군요. 그 잘나가는 건설사가 하루 아침에 망하는 것을 보면서 건설업이 참 허망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는 이때 절대 부도 나지 않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이유로 요업·콘크리트파일 업체인 동서산업을 인수하게 됐다고 권 회장은 설명했다.

권 회장은 "건설은 경기가 좋을 때는 좋지만  조금만 나빠져도 금방 숨이 넘어갈 것처럼 진폭이 크다"면서 "건설업체의 부침을 보완하기 위해 제조업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능력에 맞게 사업을 다져나간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에 따라 수익성이 보장된 사업에는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면 주택분야는 수익성을 꼼꼼하게 따진 뒤 참여를 결정한다. 부산지역 내 신항만 공사에도 중견 건설사로는 드물게 참여하고 있다. 여타 건설사들이 주택시장 호황에 맞춰 주택사업에만 전념하다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권 회장은 창업초기인 80년 대 후반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 고개에 고급 빌라를 지으면서 사업 기반을 다졌다. 이후 서울로 진출해 방배동과 양재동에서 고급 빌라를 선보였고, 대성공을 거뒀다.

권 회장은 "나름대로 흐름을 잘 읽었다고 봅니다. 때 마침 강남지역에 고급 수요층을 중심으로 빌라붐이 크게 일었습니다. 이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다른 건설사들이 휘청거릴 때 일신은 이 당시 모은 자금을 바탕으로 오히려 주택 건설시장을 확대하는 공격 경영을 펼쳤습니다"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앞으로 해외 사업 진출을 통해 또 한번의 도약을 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업체들이 해외에서 건축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해 왔지만 건설자재 수출은 전무합니다. 동서산업의 콘크리트 파일, 타일 등은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건축 붐이 일고 있는 동남아 지역에서는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 일신의 건설까지 더해지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권 회장이 눈여겨 보는 곳은 베트남과 러시아 사할린이다. 두 지역 모두 건설 붐이 불고 있는 곳이다. 특히 동서산업의 요업, 콘크리트 파일 진출 여지가 크다는 점을 권 회장은 강조한다. 그는 동서산업 인수 후 일신건설산업이 있는 부산과 서울을 오가고 있다. 여기에 각종 해외사업까지 챙기고 있어 몸이 둘이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권혁운 회장으로부터 동서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대담=남창균 건설부동산 부장]

-금융인을 꿈꾸다가 진로를 건설인으로 바꿨는데

▲1974년 대학을 중퇴한 뒤 금융업 공부를 위해 일본 유학을 준비 중이었는데 출국일을 앞두고 '문세광 사건'이 터지면서 한·일 관계가 나빠져 버렸다. 
 
이때 마냥 시간을 허비할 수가 없어서 잠시 몸을 의탁하자는 생각으로 한 건설회사에 취직했다. 대한조선공사 계열의 옥포기업이었는데 건설업을 하다보니 재미도 있고 성취감도 높았다. 일 열심히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승진도 남들보다 빨리 했다. 30대 초반에 당시 경남지역 1위 건설사인 신동양건설 임원으로 스카웃 될 정도였다.  

-왜 동서산업을 인수했나

▲타일 요업회사인 동서산업은 일찍부터 잘 아는 회사다. 건설 관련 일을 하다보면 마감재 하나까지 챙겨야 하는데 그러다가 관심을 갖게 됐다. 건설관련 전후방 업종을 모두 갖게 되면 수익성은 물론이고 안정성 면에서도 유리하다.
 
동서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다가 2001년 부도를 냈고, 법정관리를 거쳐 2004년 대상그룹에 인수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회사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요업, 타일 등 해당 분야에서 1위 입지를 다져왔다.

앞으로 2-3년간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타일, 위생도기, 외장재 전문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그동안 80% 정도를 납품에 의존하는 구조였는데 앞으로는 대리점 망을 구축해서 소매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이고 브랜드 파워도 높일 것이다.

-일신건설산업과 동서산업 시너지 효과는  
 
▲동서산업이나 일신건설산업 모두 알짜 회사다. 동서산업은 고강도 콘크리트 파일 시장 1위, 타일 분야 1위, 위생도기 분야 3위 업체다. 작년 매출은 1751억원, 순이익은 73억원이었다. 일신건설산업도 부채비율이 100% 미만으로 건실하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일신건설산업의 사업장에서 동서산업이 생산한 제품을 사용하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졌으며, 동서산업은 일신건설산업이 갖춘 네트워크를 통해 신규 수요처 발굴에도 나설 수 있다. 이미 대형 건설사로부터 동서산업이 생산하는 타일, 콘크리트 파일 등을 쓰겠다는 연락이 오고 있을 정도다.

-사업다각화 방안은

▲부동산 규제가 심화되면서 주택사업의 수익성이 점점 떨어지는 분위기다. 다행히 일신건설산업은 2-3년 전부터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SOC, BTL사업 등 비주거부문의 수주를 늘리고 있다. 부산신항 터미널 부지공사, 남강댐 광역상수도 공사, 원전항 건설공사 등이 대표적 SOC사업이다.

BTL사업 수주도 성과가 좋다. 작년에 김해 서부중, 거제 수월초교 신축공사를 따냈고, 올해도 용원중, 동진중, 웅천초 체육관 신축공사를 BTL 방식으로 수주했다.

파주운정 PF사업에도 참여해 PF사업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부산·경남지역에 나올 PF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하려면 공공·토목사업 기반을 탄탄히 다져야 한다. 이를 위해 SK건설 출신 이윤희 부사장을 영입해 민자 PF, SOC사업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6년 부산에서 시작한 아파트형 공장 사업도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 이밖에 원자재 분야 사업다각화를 위해 철강관련 자재 수입을 고려하고 있다.
 
-주택사업은 어떻게 하나 
 
▲올해는 연초에 대동종합건설과 창원 성주동에서 860가구를 공급해 성공리에 분양을 마쳤다. 올해 몇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작년보다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는 보수적으로 사업계획을 잡을 계획이다. 분양가상한제 하에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사업에 대한 의욕이 강한데

▲각종 규제로 국내 건설사업의 리스크가 커졌다. 해외사업을 추진하지 않고서는 생존이 힘들다. 일신건설산업은 작년 6월 베트남 하노이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도심지에서 주거복합시설 개발을 추진 중이다. 동남아 지역과 러시아 사할린 등에서도 사업 조사를 진행 중이다.

동서산업도 동반 진출할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업체들이 해외에서 건축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해 왔지만 건설자재 수출은 전무했다. 동서산업의 콘크리트 파일, 타일 등은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건축 붐이 일고 있는 동남아 지역에서는 승산이 있다고 본다.

-베트남 사업은 얼마나 추진됐나
 
▲하노이 도심부에 위치한 땅이다. 대지면적은 1만여평쯤 된다. 이곳에 주거 상업 업무 복합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현재 관할 관청과 협의 중인데 연내에 인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젝트에는 동서산업의 콘크리트파일과 타일을 사용할 계획이다.
 
-향후 경영목표는

▲건설부문과 요업부문, 신규사업부문, 해외사업 부문 등으로 나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할 생각이다. 통합법인 CI를 준비 중이며 4월 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일신건설산업과 동서산업 두 회사의 가치를 잘 살리는 CI가 될 것이다. 올해 20-25% 매출 신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내실을 다지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기 때문에 당분간 추가적인 M&A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권혁운 동서산업 회장 약력
▲50년생
▲80년 신동양건설 부사장
▲84년 반도통운 사장
▲89년 일신건설산업 사장 
▲2003년 부산시 육상경기연맹 부회장
▲2006년 부산 상공회의소 부회장
▲동서산업 회장

▶ 관련기사 ◀
☞권혁운회장 "일신·동서산업 베트남 동반진출"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