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가 뭐냐고? 재산 절반이 날아간거야"

정영효 기자I 2008.03.07 14:40:38

S&P금융지수 38%↓…유럽투자자, 환차손으로 실제손실 53%
달러 하락-금값 상승분 반영하면 美금융자산 50% 이상 감소
FT "美경제 파국 치닫거나 시장의 과잉반응중 하나"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행 4.0%로 유지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또다시 기록적인 약세를 나타냈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 기조를 따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함에 따라 유로/달러는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달러 가치 하락)

달러/엔 환율도 103엔선을 재차 하회했다.

▲ 70년대 이후 달러/엔 환율 추이(출처=로이터)
달러 가치 하락은 수출 경쟁력을 높여 미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경제에 호재가 될 수 있다. 벤 버냉키 FRB 의장도 최근 미 의회에서 "달러 약세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달러 약세를 용인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 특히 달러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달러 약세는 전체 자산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점 때문에 명백한 악재다. 특히 국제 신용위기로 인해 `대공황 이후` 혹은 `9·11 테러 이후` 최악이라는 금융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속이 까맣게 탈 지경이다.

◇`38% 손실? 끝난게 아니다`..환차손 반영할 때 53%로 확대

그렇다면 달러 약세로 인한 투자자들의 고통은 어느 정도일까.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숏뷰(Short View) 칼럼을 통해 투자자들의 자산 가치가 달러 약세로 인해 어느 정도 하락했는지를 주가지수, 금가격 및 주택가격과의 상관관계 등에 비유해 설명했다.

이날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금융업종 지수는 323.25로 마감, 지난 1월 저점을 하회했다. 국제 신용위기의 여파가 불어닥치기 전인 지난해 5월 고점(506)에 비해 38% 가까이 급락했다.

투자자들에게 있어서는 악몽과도 같은 낙폭이다. 그러나 미국의 투자자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38%라는 낙폭을 수치 그대로 감수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반면 S&P 금융업종 지수에 투자한 유럽 지역의 투자자라면 고통은 더욱 커진다. 같은 기간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서 발생한 환차손 또한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S&P 금융업종 지수 낙폭(38%)에 환차손을 감안할 경우 유럽의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는 53%로 늘어난다.

◇`집값을 금으로 계산하면?`..현재 주택시장은 70년대 3분의1 수준

금가격과 집값의 상관 관계를 추적해보는 것도 달러 약세로 겪는 고통을 실감하는 데 도
▲ 70년대 이후 금가격 추이
움이 된다.

미국에서 주택을 금으로만 거래한다고 가정할 때 역사상 집값이 가장 비쌌던 때는 1970년대였다. 1970년대 미국에서 중간 가격 정도의 주택을 매입하려면 700온스를 지불해야 했다.

1970년대는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금값은 역사적인 저점을 기록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2001년까지도 강세를 나타내던 `금으로 구매하는 집값`은 그러나 이후 급격히 추락, 현재 220온스까지 떨어졌다.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낸 반면, 금값은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가격 산정법을 토대로 현재의 자산 가격을 환산할 경우 2001년 이후 미국 금융시장의 자산 가치는 50% 이상 급락한 셈이 된다. 또 미국의 집값은 3분의2 이상 폭락한 것이 된다.

결국 달러화가 기록적인 약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은 보유 자산의 절반 이상이 쓸려나가는 상황을 겪고 있는 셈이다.

자산 가치가 폭락하고 있는 이같은 상황을 FT는 미국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거나 시장이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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