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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렴치한 기업들`..911 와중에 스톡옵션 조작

정원석 기자I 2007.03.08 12:10:09

KLA텐코 등 9개 기업 백데이팅 시인

[이데일리 정원석기자] 미국 일부 기업 경영진들이 2001년 9·11 테러 직후 주식시장의 폭락장세를 틈타 스톡옵션을 조작, 부당 이익을 챙긴 사례가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반도체 장비업체인 `KLA텐코` 등 9개 기업이 911 이후 폭락장세 기간동안 `스톡옵션 백데이팅`을 실시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들 기업은 스톡옵션 기준일을 원래 책정한 날짜보다 일주일 가량 앞당겨 각 기업 주가가 최저가를 기록한 날로 소급 지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톡옵션 백데이팅이란 기업이 스톡옵션을 부여한 날짜를 주가가 낮은 날로 소급해서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주가가 단기 급락한 시기를 기준일로 삼아 스톡옵션을 부여할 경우 이후 주가 상승시 스톡옵션을 행사해 얻을 수 있는 차익이 보다 많아지게 된다.

KLA 텐코는 모두 11명의 경영진에게 이 회사의 주가가 바닥수준이었던 그해 10월2일 기준으로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하지만, 최근 조사결과 실제로 회사가 이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시점은 이보다 일주일 뒤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영진이 이 같은 탈법행위로 취득한 이익은 1200만달러에 이른다.

911당시 테러 충격으로 뉴욕증시는 나흘 동안 폐장됐고, 개장 이후 다우 지수는 일주일 동안 14%나 폭락하는 등 약세장이 60일 이상 지속됐다. 기업 경영진들 입장에서는 `스톡옵션 백데이팅`을 시도하기에는 적당한 조건이 갖춰진 것.

인터넷 인력 채용 정보 업체인 `몬스터 월드와이드`와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브로케이드커뮤니케이션`의 전직 경영진들도 이 시기에 스톡옵션 백데이팅을 실시한 혐의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제소당했다.

이 밖에 세계적인 IT 아웃소싱 업체 `어필리에이티드 컴퓨터 서비스`와 `테이크 투 인터액티브 소프트웨어`, `프로그레스 소프트웨어`, `코린티안 칼리지`, `유나이티드 헬스 그룹`과 `브로드컴` 등이 911테러 이후 스톡옵션 백데이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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