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예산 ‘100조’ 쏟아붓는다…내수진작은 “글쎄”

강신우 기자I 2025.01.02 10:40:00

[2025 경제정책방향]민생경제 회복
‘85조’ 민생예산, 상반기에 70% 이상 집행
기금계획 확대변경 등 공공재원 18조 투입
민생 신속지원 11.6조, 절반은 SOC 사업
“추경·가계대출 규제 풀어 경기부양 해야”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내수부진·글로벌 통상환경 급변에 더해 탄핵정국까지 겹치면서 정부가 1분기에만 본예산(중앙재정 기준·집행관리 대상)의 100조원 이상을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집행관리 대상 예산은 본예산 673조 3000억원에서 인건비 등 집행 시기·규모가 확정된 경직성 사업과 교부세 등 의무지출을 뺀 재량 지출로 250조원 규모다. 이 중 40% 이상을 오는 3월 내 집행한다. 정부는 잠재 성장률 이하의 1%대 성장이 확실시된 만큼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예산을 집행해 위축된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목표다.

◇민생예산 85조 상반기 70% 집행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예상치 못한 탄핵정국에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였던 ‘역동경제’는 뒤로 미루고 ‘민생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뒀다. 예산 신속집행·공공기관 기금운용계획 변경 등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빼들고 재량 지출의 대부분을 쓸 계획이다. 꺼져가는 경제 불씨를 살리자는 의지와 동시에 상반기 정권교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량 지출 중 민생분야에 쓰일 85조원 규모의 사업 예산은 상반기에 70% 이상 투입한다. 전 분야를 망라한 상반기 신속집행액은 역대 최고 수준인 67%까지 높였다. 그동안 정부는 65% 수준(중앙재정 기준)에서 신속 집행했는데, 이번에 2%포인트(p) 끌어올리면서 감액 예산(-4조 1000억원)에도 전년대비 5조원 가량 늘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반기 신속집행액은 역대 최고 수준이며 신속집행에 더해 기금운용계획 변경 등을 통해 공공부문에 추가 투자를 사실상 했기 때문에 상반기뿐만 아니라 하반기 경기에도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기재부는 조기 집행의 성과를 곧장 내기위해 ‘11조 6000억원’은 회계연도 개시 전에 배정한다.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 1분기에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11조 7000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 예산은 새해가 시작되기 전에 일자리 사업이나 복지지원 등에 쓰기 위해 배정과 관련된 행정 절차(계약·공고 등)를 미리 끝내고 해당 예산을 각 부처나 기관에 나눈다.

이를테면 작년 2월1일 시행한 노인 일자리 사업(사회서비스형·110만명 수혜)은 올해는 1월10일로 당기고 전기차·수소차 구매보조금 지원(33만 9000대)도 2월4주차에서 1월3주차로 서두른다. 20년 이상 노후 영구임대 시설 보수(14만 가구) 지원은 4월1주차에서 1월5주차로, 연구과제 지원사업인 세종과학 펠로우십은 5월1주차에서 2월4주차로 앞당긴다.

◇공공 부문 ‘영끌’…18조 재원 투입

아울러 18조 규모의 공공부문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경기를 뒷받침한다. 이는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쌓여 있던 돈을 당겨 쓰는 것으로 본 예산 외 추가로 투입되는 돈이다.

연초부터 주요 사업 기금계획을 2조 5000억원 가량 확대 변경하고, 공공기관의 내년도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2조원(63조 5000억→66조원) 이상 늘린다. 민간투자에서도 1조원(4조 3000억→5조 2000억원) 수준 초과 집행한다. 수출지원이나 중소·중견기업 투자를 돕기 위한 정책금융 공급 규모도 599조원에서 611조원으로 12조원 확대한다.

소비 활력 제고를 위해선 세제·재정 인센티브를 확충하고 관광산업도 활성화한다.

구체적으로 상반기 추가 소비분(전년대비 5% 이상)에 대한 20% 추가 소득공제(별도한도 100만원)를 추진한다. 또한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30% 인하(상반기 한시·1월3일~6월30일 출고분)한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기준 발표시기도 기존 2월에서 1월 2일로 당겨 통상 1~2개월간 발생하는 전기차 구매 공백기를 최소화한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선 비수도권 숙박쿠폰(최대 3만원) 100만장을 신규 배포하고 매년 11월 여는 코리아세일페스타와는 별개로 코리아그랜드세일(1월15일~2월28일)을 설 명절과 연계해 추진한다.

이 밖에도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공공주택 및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13만 8000가구를 착공하고 고속도로·철도·신공항·항만 등 주요 건설사업(SOC)을 조기 발주·착공해 상반기 내 예산(6조 8000억원)의 70%를 집행할 계획이다.

◇“국민체감 글쎄…추경·대출 풀어야”

정부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써서 내수 살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회계연도 개시 전에 배정액 11조 6000억원 중에서도 절반가량인 4조 4000억원이 SOC 사업 예산이고, 국방·환경·외교통일·일반행정 등 민생과 다소 거리가 먼 사업도 끼어 있어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전문가들은 내수진작을 위한 조치로 추경과 대출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예산 조기 집행으로 1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연간 성장률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며 “추경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당장 여야 간 대치상황이어서 쉽지 않을 것이고 금리 인하도 어려워서 가계 대출규제를 풀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1.8% 성장률 전망을 한 것은 물가도 작년 2.3%로 안정됐기 때문에 부양책을 본격적으로 쓰겠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며 “지금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가 가장 필요한데 그게 안 된다면 1분기 예산 조기 집행 후에라도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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