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북한 매체를 통해 일제히 공개된 김 제1위원장의 사업총화보고 내용을 보면 핵·경제 병진노선을 공고히 하며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도, 남북관계와 조국통일을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비핵화를 처음으로 언급했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세계의 비핵화라는 점도 그 연장선으로 볼수 있다.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명시하면서 전세계가 핵을 포기하면 북한도 핵을 포기하겠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 처음으로 ‘세계 비핵화’ 언급…“북핵 비핵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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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부 당국자는 “책임있는 핵보유국이라고 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인정하지 않는 핵보유국 지위를 스스로 못박았다”며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세계의 비핵화라는 것은 결국 비핵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김 제1위원장은 “우리는 제국주의의 핵위협과 전횡이 계속되는 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킬 것에 대한 전략적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자위적인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핵 개발을 지속할 것임을 천명했다.
김 제1위원장은 집권 이후 계속해서 북핵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대항하기 위한 자위적인 수단이라며, 평화협정을 통해 북한의 체제와 안보가 보장된다면 비핵화 협상에도 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 “남북관계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새로운 통일방안 제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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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제 1위원장은 우리 정부를 향해 “남조선 당국은 동족대결관념을 버리고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부터 바로가져야 한다”며 남북 관계 개선을 방해하는 법률적, 제도적 장치들을 없애고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을 겨냥해서는 “시대착오적인 대조선(대북)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여야 하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남조선에서 침략군대와 전쟁장비들을 철수시켜야 한다”며 “반공화국 제재압살책동을 중지하고 남조선 당국을 동족대결로 부추기지 말아야 하며 조선반도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인 통일방안으로는 1980년 제6차 당대회에서 김일성 주석이 제시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에 근거한 연방제 통일을 제시하면서, 전쟁을 피하고 평화적인 통일을 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남북관계에 대한 김 제 1위원장의 자세가 상당히 전향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도 있다. 김 제1위원장이 4차 핵실험 이후 보여왔던 공세적인 태도를 접었을 뿐 아니라 군사회담 개최를 제안한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은 “북과 남은 군사분계선과 서해열점지역에서부터 군사적 긴장과 충돌위험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며 군사적 신뢰분위기가 조성되는데 따라 그 범위를 확대해나가야 한다”면서 “우리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우선 북남군사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시대 들어서 나왔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북 관계에 대한 태도는 ‘청와대 불바다 발언’ 등 최근 태도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전향적”이라며 “긴장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메시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은 “북한의 당대회에서 천명하는 노선이나 정책은 향후 5~10년을 염두에 두고 발표되는 것인 만큼 이 같은 입장은 한국의 차기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입장 표명”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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