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조혈모세포 이식후 발생할 수 있는 ‘이익편대숙주질환’을 발병 초기에 차단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가톨릭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조석구 교수팀이 대표적 난치성질환인 이식편대숙주질환을 원천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신약 ‘네크로엑스-7(NecorX-7)’의 효능 및 작용기전을 LG생명과학과 공동으로 학계에 발표했다.
네크로엑스-7은 국내에서 심근경색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이번 연구로 이식편대숙주질환의 원인이 되는 병적 단백질 분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체내의 면역세포를 조절하는 것이 밝혀져 새로운 면역억제제로 제시됐다.
조석구 교수(교신저자), 임건일 박사 과정(제1저자) 연구팀이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실험동물에 네크로엑스-7을 투여한 결과, 이식 후 생착된 공여자의 면역세포들이 호스트(이식받은 동물)의 장기를 공격하는 이식편대숙주질환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기존 면역억제제는 이식편대숙주반응의 진행과정 중 후반부에 주로 작용하지만 이번에 연구된 네크로엑스-7은 전반부에 작용함으로써 발병의 초기부터 차단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병태생리에서 후반부에 해당되는 적응면역(adaptive immune) 시스템에 작용해 근본적인 예방과 치료가 힘든 반면, 네크로엑스-7은 치료제로서는 최초로 초기 단계인 내재면역(innate immune)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위험신호단백(high mobility group box 1, HMGB1)과 그들의 수용체 활성화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기존의 치료법 보다 우수한 예방과 치료 효과가 기대된다.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조혈모세포 이식 후 발생하는 중요한 합병증으로서 소화기, 피부, 간 등의 면역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서 설사, 황달 등이 발생하고 면역력이 저하되어 감염위험을 높인다. 백혈병, 악성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 등 혈액종양 환자는 고용량 항암 화학 요법 혹은 전신 방사선 조사를 통해 환자의 암세포와 조혈모세포를 제거한 다음 새로운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치료를 하는데, 이 경우 조혈모세포를 이식한 세포에 포함된 면역세포가 이식환자의 위장, 간장, 피부 등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식받은 환자의 60%가 이식편대숙주질환이 발생하며, 20% 내외는 상태가 중증 상태로 진행하고 10~20%의 사망률을 보인다. 급성 사망뿐만 아니라 만성장애로 진행하여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중대한 이식학적 합병증임에도 완벽하게 발병을 차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던 상황이다.
최근에는 핵가족화로 조직형이 일치하는 형제를 찾기 어려워 타인간 이식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식을 위한 일치 공여자가 점점 감소함에 따라서 불일치 이식 혹은 가족간의 반일치 이식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일치 이식의 경우 심각한 이식편대숙주질환의 발병율이 증가하고 있어서 효과적인 예방과 치료제의 요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조석구 교수는 “네크로엑스-7은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 작용기전을 갖기 때문에 기존 면역억제제에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 혹은 이식편대숙주질환의 발병 위험성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와 예방 목적의 획기적인 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최근 임상약리시험 승인을 받아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다 ”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서울성모병원 선도형 면역질환융합연구사업단이 추진하는 사업으로, 미국 면역학자협회(The American Association of Immunologists, AAI)가 발간하는 세계적 학술지인 ‘면역학저널 4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