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도 건설사들의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이끌지는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돼왔고, 수차례 정책 개편에도 부동산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던 경험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대표 건설사들의 주가는 대부분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9.1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후 이틀이 지났지만 벌써 긍정적인 영향이 끝난 모습이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현대건설(000720)은 전일 대비 1.28%(800원) 내린 6만1800원에, 대림산업(000210)은 0.79%(700원) 내린 8만7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물산(000830)도 0.54% 하락하고 있으며 GS건설(006360)은 0.54%, 대우건설(047040)도 0.81% 내리고 있다.
9.1 부동산대책이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와 규모를 자랑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최근 건설사들의 주가 상승에 정부의 정책 기대감이 이미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부분 건설사들의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꾸준히 상승해왔다. 현대산업개발은 6월 초 대비 54%가 올랐고 현대건설도 20% 가까이 올랐다. 주가 상승이 거의 없었던 대우건설도 3~4%는 상승했다.
그동안 정부가 정책을 개편해왔음에도 부동산 시장이 크게 살아나지 않았던 점도 투자심리를 붙들고 있다. 이번 정책 효과 역시 시장의 기대와 달리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국내 주택시장은 이미 공급 과잉 상태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정책을 개선해도 수요 자체가 적다 보니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것.
이선일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집값 상승이나 추세적인 거래 활성화 등 규제완화의 궁극적인 효과는 구조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 정책은 공급이 부족하고 잠재수요는 많은 시장에서 효력을 발휘하는데 지금은 공급 과잉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건설사들의 이같은 주가 약세에도 증권가는 9.1 부동산대책이 장기적으로 건설사들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 시장과 분양시장 확대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는 것을 가정하고, 건설사별 실적이나 주가 차별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수주잔고가 크고 주택 사업 비중이 높은 업체들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건설업종 최선호주로 손꼽히던 현대건설을 대신해 GS건설과 대우건설 등이 최선호주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이유다. GS건설은 재건축·재개발 수주잔고가 12조4000억원으로 건설사 중 가장 많고, 대우건설의 수주잔고도 11조8000억원에 이르러 재건축·재개발 시장 활성화 수혜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은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건설사 중 주도업종이나 종목별 차별화도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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