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원정희 기자]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방안을 확정함에 따라 재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헌법 위배 소지 등 법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향후 법제화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직격탄을 맞게 될 그룹들은 공식 언급을 꺼리면서도 곤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법적 논란 많아..현실화 쉽지 않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의 과세 방안에 대해 재계는 특수관계인의 정상적인 거래에 증여세 부과, 중복과세,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 등의 법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상의)는 특수관계인의 정상적인 거래에 과세하는 것은 헌법 제 37조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 37조는 기업의 경제활동을 존중하되 필요한 경우 제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 역시 과잉금지의 4가지 원칙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상의는 특히 이들 과잉금지 원칙 가운데 과세방법의 적절성이나 침해의 최소성 원칙 등에 위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는 증여가 됐다고 간주(의제증여)하고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세금을 부과한 것이여서 역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 상의 관계자는 "지난 1994년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문제로 토지초과이득세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은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기업은 법인세를, 주주는 배당소득세를 내고 있는데 여기에 또다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중복과세에 대한 논란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봤다.
전경련은 공식 논평을 통해 "도입방침을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경련 배상근 경제본부장(상무)은 "과세방안은 영업이익이 주가상승으로 연계돼 특수관계인의 자산가치 상승을 전제로 했지만 자칫 주식가치가 떨어졌는데도 영업이익이 발생해 증여세를 내야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상속증여세법상 증여에 해당하는 않는 정상적인 시가거래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따라서 이들 재계단체는 기존의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부과, 상속증여세법상 증여세 부과 등 기존의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들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직격탄 맞은 그룹들 "난감..일단 지켜볼 뿐"
이번 과세방안으로 직격탄을 맞게 될 현대차(005380)그룹, SK, 한화그룹 등은 공식 언급을 꺼려하면서도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향후 입법과정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예의주시 하고, 입법내용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도 "현재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만 말했다.
한화 계열사인 한화S&C는 김승연 한화 회장의 아들 3명(김동관·동원·동선)이 각각 50%, 25%, 25%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고, 계열사 물량이 60%를 넘어 과세대상에 포함된다.
SK측은 "어디까지가 일감 몰아주기이고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거래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를 한다는 것이어서 입법과정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
했다. SK의 계열사 SK C&C는 계열사 거래비중이 63%를 넘고 최태원 SK 회장과 여동생(최기원)이 각각 지분 44.5%, 10.5%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그룹이 향후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선 내년까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3% 미만으로 낮추거나, 물량 몰아주기 비중을 30%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그런데 그룹별로 적게는 10%대에서 많게는 50%를 넘는 지분을 짧은 기간내 3% 밑으로 낮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매출비중을 낮춰야 하는데 이 역시 제각기 전문성 등의 이유로 녹록치 않다고 토로했다.
현대차그룹 또 다른 관계자도 "과거 물류를 외부에 위탁했을 때 국내외 등지에서 고객 서비스 등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했다"며 "때문에 자동차 물류에 전문성을 띈 글로비스를 만들었는데 갑자기 이를 다시 외부에 위탁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산회사를 둔 SK나 한화도 물량 축소가 여의치 않다는 입장이다. 그룹 계열사의 전산을 콘트롤하고 있는데 이을 외부에 맡길 경우 자칫 기밀 유출 등 기업의 정보보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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