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이슈)원화, 달러·원자재값과 따로 노는 이유

이진철 기자I 2010.01.20 13:44:23

환율, 달러화·주가·원자재값 움직임과 괴리현상
역외 원화베팅 크로스거래..`환율 변동성 키울 듯`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최근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의 움직임에 영향을 끼쳐왔던 각종 변수들의 역학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

주가와 미 달러화의 역(逆)의 상관관계가 약해지고 있고, 국제유가와 금값 등 원자재가격은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오름세를 나타내는 등 과거와 달리 환율과 원자재의 상관관계도 달라진 모습이다.

◇ 달러-원, 1120원 지지후 반등시도.. 달러강세·증시움직임과 괴리

달러-원 환율은 연초 급락세에서 벗어나 1120원을 지지선 구축에 나서며 반등시도에 나선 가운데 달러강세 분위기는 지속되는 모습이다. 20일 오전 11시38분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대비 3.7원 상승한 1131.2원을 기록하며 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레벨을 1120원대에서 1130원대로 높이는 가운데 글로벌 달러인덱스도 같은기간 76.85에서 77.51로 상승해 달러강세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전일 거래에서 유로화의 경우 달러에 대해 1.4300달러까지 하락했다. 독일 1월 경기체감지수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고, 그리스의 재정적자 및 신용등급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탓이다. 달러-엔 환율의 경우 90엔대로 낮아진 후 다시 91엔대로 반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의 경우 올들어 배럴당 80달러대로 상승했지만 환율에는 아직까지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 작년 12월21일 배럴당 72.3 달러를 기록한 두바이유가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 7일 80달러를 돌파한 후 소폭 조정을 받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국제유가가 현 수준인 배럴당 75~85달러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상반기말 달러-원 환율이 1050원을 하회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유가가 상반기말까지 85달러를 상회해서 유지된다면 무역수지나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적정 환율이 조금 상승해 1050~1100원 정도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 국제외환시장 역학관계 복잡해져.. `크로스 거래활발`

지난 12월 이후 국제 외환시장의 역학관계가 매우 복잡해지고 있는 것은 주가와 미 달러의 역의 상관관계가 약화된 가운데 각국 금리인상 기대의 차이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한데다 유로존 재정문제까지 얽히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외환시장에서 완연한 글로벌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엔화, 유로화 모두 달러에 대해 하락하고 있지만 달러 강세의 타당한 이유를 금융시장에서 찾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2008년부터 경험한 `자산가격이 흔들릴 때에는 달러 및 엔화가 우선`이라는 시장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밝혔다.
 

새해들어 역외세력이 `엔-원 숏`을 중심으로 한 크로스 거래에 나서면서 달러-원 환율을 급락 분위기로 몰고간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만 달러-원 환율이 1120원 근접하면서 당국개입 경계감이 팽배한 데다 국제금융시장도 글로벌 증시조정 및 유로존 신용위기 가능성 등으로 `엔-원 숏` 전략을 지속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위안화 절상이슈, 한국은행 상반기 금리인상 가능성, 일본 엔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 등으로 역외세력들이 원화매수에 베팅을 하면서 달러-원 환율이 달러화 흐름과 괴리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연구원은 "달러화와 원화의 괴리현상은 역외세력의 포지션 조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2월까지 지속될 수 있다"면서 2월 이후부터는 한은 금리인상 이슈에 따른 캐리 트레이드가 달러-원 환율 움직임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애널리스트는 "달러약세나 강세냐로 이분되던 외환시장이 미 달러에 대한 직접거래보다 크로스 환율간 거래가 시장흐름을 주도하는 `왝더독`(wag the dog)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원화의 경우 미달러에 대한 강세 기조는 지속되겠지만 단기적으로 과매도권에 진입했다"면서 "엔-원, 유로-원 등 크로스 거래에 따라 달러-원 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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