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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신뢰 잃어가는 금호 `묵묵부답`

좌동욱 기자I 2009.12.21 14:06:16

금호그룹, 대우건설 매각상황 "묵묵부답"
FI "금호 약속 안지키고 아무런 말도 없어"
금호채권단, 대우건설 매각 이후도 걱정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대우건설 매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이번주(18일)까지는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한다고 말씀하셨는데..(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FI))"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언제쯤 확정한다고도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금호아시아나그룹)"

지난 18일 밤 대우건설(047040) FI중 한 곳이 금호그룹 대우건설 매각 실무자와 통화한 내용이다.
 
금호 측은 대우건설 풋백옵션 행사를 연기하기 위해 개최한 설명회에서 16~17일까지는 단독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었다.

대부분의 FI들은 금호측의 말을 믿고 지난 15일로 예정됐던 풋백옵션 행사일을 아무런 계약조건 변경 없이 내년 1월15일로 한달간 유예했다. 하지만 풋백옵션 행사라는 `발등의 불`을 끄고 나자 금호측 입장은 `싹` 달라지고 있다.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금호측은 "오늘(21일)도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FI 관계자는 "주주와 투자자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도 않았고, 향후 일정에 대해서도 아무런 말이 없다"며 "다른 대안이 없어 금호측 발표를 기다리고 있지만 답답한 심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금호그룹 채권은행 한 관계자도 "금호가 자꾸 약속을 어기니 시장에서 의심을 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물론 대우건설 매각협상 상황을 하나하나 채권단이나 주주들에게 보고할 필요는 없다. 현재 진행중인 매각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주주나 채권단에게 약속했던 일정이 변경된다면 이에 대해 추가 설명을 하는 게 도리다. 자신이 없었으면 애당초 약속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  

FI들은 대우건설 지분 38.6%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주식을 금호산업에 주당 3만1500원에 되팔 권리(풋백옵션)를 갖고 있다. 지난 주말 대우건설 종가는 1만2550원이다.

FI 관계자는 "솔직히 대우건설의 새로운 주인이 누가 될 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며 "대우건설 매각이 예정대로 잘 진행될 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호그룹에 돈을 꿔준 채권은행들도 다급해지고 있다.

금호그룹 채권은행 관계자는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주당 2만원에 매각한다고 해도 대우건설 풋백옵션 지급 의무가 있는 금호산업(002990)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고 전했다.

금호산업은 대우건설 문제 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020560) 등 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올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대규모 지분법평가손실을 떠안고 있다. 금호산업은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126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지분법평가손실로 같은 기간 1007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냈다.(표 참조)
 

 
 
 
 
 
 
 
 
여기에 사실상 금호그룹 지주회사인 금호석유(011780)화학과 계열사 금호타이어(073240)도 각각 올해 3분기까지 1906억원과 3371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금호그룹에 대한 국내 금융권 여신은 18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호그룹의 6개 주력회사중에서 제대로 이익이 나는 기업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000120) 2곳뿐"이라고 혹평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은 금호그룹이 각각 2006년과 2008년 인수한 회사들이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매각만 완료하면 그룹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나 금융감독당국에게도 "대우건설 매각은 우리가 처리할 수 있으니, 매각과정에서 한발 빠져 있으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FI들 관계자는 "풋백옵션 설명회에서 금호측이 `우리를 음해하는 세력이 있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대형 M&A(인수·합병) 매물들을 삼켰던 금호그룹이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럴 때 일수록 꼬인 매듭은 투명하게 풀어나가야 하며 특히 투자자들이나 채권단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쉽게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금호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건설과 같은 조(兆) 단위 M&A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이후에도 딜이 취소될 수 있는 가능성이 산재해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을 복수로 선정한 상황이다. 당초엔 자베즈파트너스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두바이월드의 채무불이행 사태 이후 중동계 SI들로부터 자금조달에 애를 먹자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이 부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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