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락하는 동두천..도대체 무슨일이?

박성호 기자I 2008.12.04 15:00:52

1년전 외지 투자자 주택 대량 매입..업계약서 횡행
최근 급매물 대거 출현..집값 급락
전셋값 폭등에 주민들만 피해

[이데일리 박성호기자] 올초 급등했던 동두천 지역 아파트값이 급락하고 있다. 작년 초 이 지역 아파트를 매입하기 시작한 외지인들이 올 3분기 들어 아파트를 대거 처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봄 `상투`를 잡고 들어갔던 사람들은 최근의 주택경기 침체와 맞물려 아파트값이 떨어지면서 손해를 보고 있다.

◇ 급락하는 동두천..주간하락률 0.98%

4일 동두천 지역 중개업계에 따르면 동두천시 지행동 지행주공1단지 70㎡는 최근 1억2000만원 가량에 매물이 나왔다. 지난 9월에 비해 1000만원 이상 하락한 가격이다.
 

생연동 생연주공 52㎡는 현재 7500만원으로 9월 말께보다 1500만원 가량 가격이 떨어졌다. 이외에도 송내동, 상패동 등 동두천 전 지역 아파트값이 많게는 2000만원까지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주 동두천 아파트 매매가는 직전주에 비해 0.98% 떨어졌다.(동두천은 올해 3분기 5.93%, 1~3분기 28%나 올랐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국 대부분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동두천 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하락폭이 이례적으로 큰 상황이다.

◇ 2007년 봄..동두천엔 무슨일이

지난 2007년 상반기 동두천에는 인천, 안양, 부천 등지에서 온 기업형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이들은 중개업자를 끼고 5-6명씩 팀을 이뤄 적게는 5~6채에서 많게는 100여채가 넘는 아파트를 매집했다. 이른바 부동산 펀드 형식으로 자금을 모아 대량으로 아파트를 매입한 것이다.

경원선 전철 사업이라는 호재가 있긴 했지만 2006년 말부터 시작된 강북 중소형아파트 급등세가 경기북부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과 파주LCD단지 조성 소식이 기업형 투자자들을 몰리게 한 이유였다.

당시 외지 투자자들은 2500만~3000만원 가량이던 생연주공 52㎡를 5000만~6000만원 가까이 `업계약서`를 요구하며 웃돈을 제시해 아파트를 사모았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들은 3000만원짜리 아파트를 6000만원에 사는 걸로 실거래가를 신고하면서 대출을 50%까지 받아내 실제로는 대출 이자만 부담하면서 집을 매입했다.

이전까지 드물었던 부동산 중개업소도 이 때부터 급속히 증가했다. 지행동 인근 한 공인 관계자는 현재 운영중인 중개업소 가운데 반 이상이 2007년 하반기 이후에 생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생연주공 52㎡의 가격은 3000만원 안팎. 투기수요와 일부 실수요가 겹치면서 올해 6월께는 이 아파트의 매매가가 최고 1억원까지 올랐다.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3배나 오른 것이다.

◇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

작년 동두천에서 주택을 대량 매입한 기업형 투자자들은 올해 상반기부터 대부분 손을 떼기 시작했다. 뒤늦게 동두천 지역 중소형아파트 가격이 뛴다는 소식을 접한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이들에게 주택을 매도하고 5000만~1억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거두고 물러난 것. 최근 이 지역 아파트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급매물도 대부분 이들이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형 투자자들은 작년 이 지역 아파트를 매입할 때 대부분 2000만~3000만원 정도 업계약서를 썼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도 미미한 편이다.  

문제는 이들 투자자들이 갑자기 아파트를 집중 매입하면서 전셋값이 급등한데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 1분기 3.3㎡당 127만원에 불과했던 이 지역 전셋값은 작년말 158만원, 올해 상반기에는 193만원까지 치솟았다.

실제 생연주공 52㎡의 경우 작년 초 2000만원 가량이었던 전셋값이 최근에는 4000만까지 치솟았다.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자 인근 주택 전셋값도 덩달아 상승했다.

생연동 인근 한 공인관계자는 "작년 초 1000만원 가량이던 단독주택 전셋값이 올해 2500만원까지 올랐고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가 10만원이었던 월셋방은 보증금 500만원에 임대료 30만원짜리 방으로 둔갑했다"며 "애꿎은 지역 주민들만 큰 피해를 본 셈"이라고 말했다.

뒤늦게 이 지역 아파트를 매입한 개인 투자자들도 한숨 짓긴 마찬가지. 지행주공1단지 77㎡를 올해 6월 1억4000만원 가량에 사들인 A모씨는 최근 집값 급락 상황에 서둘러 중개업소에 아파트를 내놨지만 매수자가 없어 곤경에 빠졌다.

이 아파트 매물을 접수한 지행주공 인근의 한 공인관계자는 "처음 1억5000만원에 아파트를 내놨지만 팔리지 않아 매매가를 계속 낮추고 있다"며 "현재 이 아파트의 평균 시세가 1억3000만~1억4000만원 사이로 이미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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